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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Mar 07. 2020

서울에서 공짜로 사는 법

집을 공유하여 돈을 버는 에어비앤비 호스팅에 대해

 나는 경기도 토박이이다. 유년기 내내 경기도의 시골마을에서 살다가, 재수를 시작하면서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생활과 함께 시작한 서울살이는 대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인지, 서울이라는 공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였다. 서울에서는 (돈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고, 늘 새로움으로 넘쳐났다. 고향 친구들은 서울은 너무 번잡해서 싫다 했지만, 나는 번잡함마저 서울 사람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은 나에게 제 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값비싼 서울은 나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닥치는대로 여러 회사를 지원하였고, 그 중에 고향에 있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 회사가 고향 동네에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였지만, 고향집에서 출퇴근 가능하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느껴지기는 했다. 따로 집세가 나갈 일도 없었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집밥을 먹으며 편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당연했던 것들이 고향에서는 당연히 안되는 것들 투성이였다.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도시의 맛을 알아버린 이제는 동네가 좁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다시 서울살이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었다. 서울로 독립을 하게 되면, 우선 막대한 집세가 나가게 된다(그것도 한국에서 가장 땅 값이 비싼 서울에서). 게다가 부모님이 대주시던 공과금도 모두 내 차지가 되고, 회사와 멀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식비교통비도 늘어날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건 둘째치고 효율이 더 큰 문제였다. 평일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집에서는 잠만 자게 될 확률이 99%였다. 기껏 거금을 들여 집을 소유해도, 정작 집에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이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을 끊어 놓고, 놀이기구는 달랑 하나만 타는 것과 같았다. 


 잉여자원의 낭비, 내가 서울로 돌아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인천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구 역시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고 싶어했지만 비싼 집값을 부담스러워 했다. 


 보통 회사와 가까운 집을 마다하고 서울로 나가고 싶다고 하면, 돈낭비할 생각하지 말고 정신차리라고 충고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였다. 하지만 친구는 달랐다. 사는 곳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바뀐다는 사실에 적극 공감했고, 친구도 저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둘이 머리를 맞대니 하나의 결론을 나왔다. 그건 바로 집의 '공유', 다시 말해 에어비앤비를 통한 자본의 수익창출이었다. 아예 투룸 이상의 큰 집을 구해, 방 하나를 게스트에게 내주어 집세나 공과금을 충당하는 방식이었다. 주말에는 내가 서울에서 묵을 수 있는 집이 생겨 좋고 , 평일에는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게스트를 못구한다 치더라도 손실을 친구와 분담할 수 있다는 게 꽤나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에서 1년 반째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애초의 계획과는 틀어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불만없이 잘 살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에어비앤비 호스팅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평균적으로 서울에 사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가장 궁금한 건 '그래서 돈을 벌었는지' 여부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득을 본 달도 있고, 손해를 본 달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10만원 정도(친구와 합쳐 20만원)를 매달 벌었다. 전세대출이자, 공과금(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등)을 모두 제하고 남은 금액이다. 수익이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내가 원하던 서울살이를 하면서 번 돈이니 체감하는 가치는 10만원 이상이다.


 사실 처음에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예약이 아예 안잡혀서 막대한 손실을 끼얹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에 따라 예약 단가가 변동이 있긴 했지만(여름에는 올랐다가, 겨울에는 떨어진다), 입지가 좋아서 그런지 가격을 낮추면 예약률은 보통 70% 정도는 되었다. 막말로 1박 요금을 2만원으로 확 낮추면 어떻게든 예약은 들어왔다. 

 

 오히려 변동폭이 컸던 건 비용이였다. 집이 크다보니 겨울에는 가스비, 여름에는 전기세(에어컨)가 많이 나온다. 성수기인 여름과 연말을 제외하고는 공과금이 어느정도 나오는지에 따라 그 달의 흑자/적자가 결정되었다.     


2. 넓은 집에 살 수 있다.



 원룸 대신 투룸에 산다는 건 단순히 방 한 개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다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공간 구분이 확실해지고 다양한 기능의 공간이 생겨난다. 내가 사는 집만 봐도 그렇다. 원룸과 비교했을 때 우리 집은 주방이 넓은 편이다. 침실과도 구분되어 있어 요리를 해먹어도 냄새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고, 그 덕에 실제로도 요리를 많이 해먹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집에는 원룸에는 없는 베란다옥상이 있다. 베란다는 친구는 담배를 피우는 흡연실로, 나는 철지난 옷과 짐을 보관하는 창고 용도로 쓴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여유공간이 있으니 정리가 안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어진다. 옥상은 이 집에 살면서 처음으로 갖게 된 공간이다. 날이 따뜻한 날에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거나, 밤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맥주와 함께 영화를 보곤 한다. 이 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도 옥상에서 시간을 보낼 때이다.       


3.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낯가림을 하는 편이라, 내 집에서 낯선 게스트들을 상대하는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심지어 회사일에 지친 날에는 게스트 응대도 버거워서 방에 들어가 꼼짝 안 할때도 있다. 어쩌면 재밌어서 한다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의무적으로 하는 일일지라도 게스트와 큰 트러블이 있었던 적은 없다. 호스트와 공용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개인실이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게스트도 너그러운 편이다. 별다른 교류가 없더라도 오며 가며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누다 보면 친근함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 친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친해지지 못한 게스트라도 체크아웃을 하고 나면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끝낸 듯한 잔잔한 파동이 남는다. 보다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단점 3가지.


1. 은근히 운영하는 비용이 든다.


  집에 방이 하나 있다고 돈이 굴러 들어오지는 않는다.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들이 따라오게 된다. 체크인 전에 게스트 응대하기, 사전에 청소하기, 후기 신경쓰기, 비용 정산하기 같은 일들 말이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지만 게스트의 일정에 따라 내 스케쥴을 조정해야 하는 일은 꽤나 고달프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귀찮은 정산

 게스트가 원하는 수준에 맞춰 집을 운영해야 하는 점도 번거로운 부분이다. 나는 전등이 하나 나가면 나간대로 지내고, 날이 추워도 전기장판 하나 깔고 버티는 편이지만 게스트와 함께 생활하면 게스트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혼자 살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2. 예약에 대한 스트레스는 그래도 존재한다


 앞서 예약이 안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은 들 수 밖에 없다. 에어비앤비 특성상 이전의 후기가 예약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우리 집에는 여성 게스트가 한 명도 들어오지 않다가, 브라질에서 온 게스트가 처음 묶게 되었다. 우리는 남자들끼리 사는 집에 혹시나 불편해할까봐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써줬는데, 고맙게도 '여자 혼자 묶기에 정말 안전한 집'이라고 좋은 후기를 남겨줬다.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여성 게스트의 예약만 잡히기 시작했다. 후기의 강력함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전의 후기가 약간만 안 좋아도 바로 예약률에 반영이 된다. 그러다보니 후기에 신경을 쓰게 되고, 약간의 긴장을 하게 된다. 어느 일이 이정도 스트레스가 없겠냐마는,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돈도 벌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황금 거위라고 생각했다면 환상을 깨야 한다.



3. 새로운 투자 기회의 상실 


 이건 최근에서야 자각을 하게 된 부분이다. 혼자 살 집보다 큰 집을 구하고, 이를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하는 행위가 모두 일종의 '투자' 활동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 기회비용이 존재한다.  


 최근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투자를 위해 대출을 알아보았다. 그 전까지는 몰랐는데, 내가 받은 전세자금 대출금액의 20%은 개인 신용에서 차감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세 대출을 비싸게 받은 만큼, 다른 일로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작 집 때문에 투자 기회가 제한된다고 생각하니 아깝게 느껴졌다. 


 제일 좋은 방법은 월세에 살면서 에어비앤비를 돌리는 것이지만, 월세로는 넓은 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집주인에게 에어비앤비 운영을 허락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힘든 부분이 많다. 만약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릴 계획이 있다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잃게 되는 기회비용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곧 전세계약이 만료되어 친구와 계약 연장을 할 지 고민중이다. 분명 이전과 비교해 풍요로운 생활이였지만, 2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기에 연장을 안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연장을 하지 않더라고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면서 집과 부동산,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실제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고, 많은 현실적인 경우를 따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1년 반의 서울살이를 총평하자면 다음과 같다.

"리스크는 생각보다 적었고,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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