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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Mar 11. 2020

가계부 쓰기, 신기술 vs 귀차니즘

귀차니즘을 정복하고 있는 가계부의 놀라운 발전

 새로운 습관을 만드려고 할 때, '귀차니즘'이란 방해꾼의 훼방은 강력하다. 특히 효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리는 일일 수록 귀차니즘은 더욱 강력하게 발동한다. 이러한 귀차니즘 류에서 대표적인 게 바로 가게부 쓰기다. 모든 재테크 도서에서 가계부 쓰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가계부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공기만큼 일상적인 돈의 흐름을 일일이 추적한다는 게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기 때문이다.



쓰기 겁나 귀찮다;;


 나 역시 갈아탄 가계부만 3, 4가지로 이미 가계부 콜렉터가 된 지 오래다. 하도 포기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밥상을 차린 걸로도 모자라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주둥이 앞으로 들이미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가계부 쓰기는 글렀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를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사람들의 집요한 노력 덕택에 최근 온라인 가계부의 편리함은 크게 향상되었다. 기술은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가계부 작성이 가능한 수준까지 향상되어, 귀차니즘의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에는 수 없이 가계부를 절필하면서 내세웠던 나의 귀차니즘성 변명들과 이것을 기술(=온라인 가계부)이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먼저 왜 가계부 쓰기가 중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가계부는 기업으로 치면 회계장부와도 같다. 자금의 흐름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내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무엇을 살 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구매를 결정했다면 어느 수준의 금액대에서 사야할 지 판단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할부금과 쥐꼬리만한 월급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돈의 노예로 전락할 뿐이다. 다시 말해, 가계부는 돈이라는 자원을 분석하고 관리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 좋은 도구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기록, 그 자체가 귀찮다


 무슨 긴 말이 필요할까? 기록을 들춰보는 일은 재미있을지언정 기록을 남기는 일 자체는 상당한 끈기를 요구한다. 심지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가계부처럼 단순한 일일 수록 더욱 하기가 싫어진다. 보통 우리가 가계부 쓰기를 멈추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Step1. 계산을 한다
Step2. 가계부는 집에서 써야지 하고 미룬다
Step3. 막상 쓰려하니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Step4. 슬슬 한, 두 개씩 빼먹기 시작한다
Step5. 이딴 완벽하지 못한 가계부 따위 아예 때려친다


 가계부를 쓰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제대로 쓰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 두건만 빼먹어도 여간 찝찝한 게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미 주머니 사정이 과다출혈이라 없어도 대세에는 영향이 없음을 안다. 그렇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쓰이는 거다.



 그래서 예전부터 계산한 내역을 나 대신에 시스템이 자동으로 남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요즘 온라인 가게부는 자동저장 기능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다. 카드 결재 시 전송되는 문자 메시지를 인식하여 저장하는 방식도 있고, 아예 카드사와 연동하여 정보를 가져오는 방식도 있다. 결재 시의 정보와 자동 연동되므로 이제는 카드결재만 한다면 적어도 까먹어서 기록을 못하는 경우는 없게 됐다.   



2. 사용내역을 분류하기가 귀찮다


 앞서 언급했듯이 가계부 작성의 목적은 재무상태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그런데 분석이 제대로 되려면 다양한 층위에서 분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지출이 심한 생활비 내역을 확인하려면 식비/문화생활/생활용품 등 카테고리 별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 한편 연말정산 시에 소득공제를 최대한으로 만드려면,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 등 결재방식 별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


뱅크샐러드 가계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쓴 내역을 분류하는 것도 일이다. 우선 사용내역 하나하나 사용목적과 결재방식을 기록하는 것이 귀찮다. 그리고 가계부가 제공하는 수십 개의 카테고리 중에서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분류와 소분류 사이를 일일이 다 뒤져봐야 하기 때문에) 또 혜택 때문에 카드를 여러 개 쓰는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무슨 카드로 결재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반쪽짜리 기록이다.


 그런데 이 귀찮은 분류 작업을 또 온라인 가계부가 해내고 있다. 요즘에는 등록된 가게 정보를 활용하여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카드사와 연동하여 결재방식이 알아서 저장된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하지는 않아 잘못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긁었는데 술/유흥으로 분류가 되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오류마저도 점점 정확도가 올라가는 추세이다. 이제는 저장된 내역을 간단하게 검사 및 수정만해도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3. 더치페이 한 비용의 처리가 애매하다


 예를 들어보자. 4명이 100원짜리 음식을 먹고 내가 전체 금액을 결재했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이 각각 25원씩 나에게 돈을 보냈다. 이런 경우 가계부에는 어떻게 입력해야 할까? 지출만 25원으로 잡아야 할까? 아니면 지출 100원에 수입 75원으로 입력을 해야 할까?  


 전자는 자동저장된 100원에서 25원으로 숫자만 수정하면 되니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카드로 결재한 총 금액이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카드별 혜택을 제공하는 최저 사용금액만 쓰면서 여러 개의 카드를 실적관리하고 싶다면, 전체 결재 금액이 얼마인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반면에 후자의 단점은 단연 '귀찮다'는 점이다. 불필요하게 수입 기록을 작성해야 하고, 현실에도 3명이 동시에 입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각각의 수입을 따로 작성하거나, 모두 송금이 끝났을 때까지 기록했다가 하나로 기록해야 한다.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게다가 더치페이를 자주하는 식비 등의 일부 지출이 과다해보여 Data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온라인 가계부에서는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요즘 온라인 가계부에서는 카드별 사용금액 현황을 별도로 제공한다. 따라서 전자의 방식처럼 지출금액을 수정하더라도 사용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나는 더치페이 시에는 지출 금액을 Split하여 수정하고, 실적관리는 카드별 사용금액 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4. 계좌이체 한 비용의 처리가 애매하다


 앞선 이유들로 가계부를 쓰다보면 아무래도 카드 사용을 선호하게 된다. (무분별한 신용카드를 자제하고 싶으신 분들은 체크카드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모든 지출을 카드로 결재할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현금을 사용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특히 계좌이체는 지출의 성격도 있지만, 단순 예산이동의 성격도 있어서 가계부에 어떻게 표현을 할 지 고민될 때가 많다. 


 보험료 같은 경우는 카드 결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계좌이체를 한다. 이는 분명한 지출이다. 하지만 지출이 아닌 경우도 있다. 생활비 관리를 위해 주거래계좌(A), 생활비계좌(B), 비상금계좌(C)를 갖고 있다고 하자. 매월 월급이 들어오면, A에서 B계좌로 100만원을, A에서 C계좌로 50만원을 이체 시킨다고 해보자.  이러한 경우는 통장 간의 이동이므로 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계좌이체는 지출로 잡아야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지출로 잡아서는 안되는 경우도 섞여 있다. 그래서 예전에도 온라인 가계부를 쓰면서 계좌이체 내역을 지출로 잡아야 하는지, 잡지 말아야 할지 늘 고민해왔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온라인 가계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해답을 얻었다. 현재는 계좌이체가 발생하면 '이체' 자체의 항목으로 기록이 발생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체 금액이 '수익'도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가 이체 내역을 확인하면서 수익 또는 지출로 손쉽게 전환이 가능하다(이체 > 수익, 이체 > 지출). 그 동안 이체 내역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만을 생각했는데, 새로운 가계부에서는 이체 성격에 맞게 개별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이라 처음에는 유레카를 외쳤었다.


 이처럼 현재의 온라인 가계부는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가계부 앱 역시 단순하고 번거로운 작업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다. 이러다가는 모든 귀차니즘이 박멸당해 인류의 가계부를 쓰지 않을 권리를 박탈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귀찮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가계부를 쓰자. 절약을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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