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얼마일까
원가분석 시리즈(1) _ 직접 타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왜 커피를 그 돈을 주고 카페 가서 마시냐?'고 묻습니다. 이 질문에는 커피의 원가는 매우 낮을 것이라는 직관적인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사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 4,000원이나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카페를 가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향유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커피 한 잔의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제외한 가격이 부가가치라면, 역으로 원가를 알면 카페에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가 들어가는지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가분석이라는 게 여러 변수가 있고 동일한 Condition에서 비교를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가며 합리적인 원가 분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심도 있는 분석은 아니므로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재료비
1) 커피스틱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원두, 가루 등)입니다. 커피 제조에 대한 기술이 없는 사람으로 가정하여, 가장 간편하게 커피를 탈 수 있는 원두스틱을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아메리카노 맛을 내는 원두스틱 형 제품은 여러 개가 있습니다. 카누, 칸타타, 루카 등. 여기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카누 기준으로 계산하겠습니다.
네이버에 '카누'라고 검색하니 100~150봉 단위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15,000원에서 19,000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은 추가 옵션이나 운송비가 추가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조건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배송비가 없는 대신, 대용량(150T)의 경우 가격이 추가되어 25,800원입니다. 100T의 경우 가격이 더 저렴합니다. 그렇지만 원가절감의 기본원칙인 박리다매에 근거하여 150T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스틱커피는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150T에 25,800원이므로 1T당 단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25,800원 / 150T = 172원
2) 물
저는 보통 정수기를 사용하지만, 정수기 사용료를 역산하여 물 값을 산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과값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수치화를 위해 PET 생수를 기준으로 물 값을 계산해보겠습니다.
현재 편의점에서 2L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생수 가격은 860원~1,400원 수준입니다. (출처 : 같은 물 쓰는 生水, 값은 왜 다르지?) 보편적으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1,100원을 기준으로 잡아봅시다.
그렇다면 생수 한 통으로 몇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을까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Tall Size의 용량은 355mL(tall size = 12oz = 355mL)입니다. 생수 한병으로 약 3.1잔의 커피가 제조 가능합니다. 따라서 물 값은 한 통 가격(1,100원)을 제조가능 횟수(3.1잔)로 나누어 산출합니다.
1,100원 / 3.1회 = 355원
3) 텀블러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을 제공하지만, 직접 타 마시는 경우에는 보통 텀블러를 사용합니다. 텀블러는 성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제가 사용하고 있는 텀블러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참고로 제 제품은 하이앤드 제품군인 'Health Human'으로 인터넷 시장가는 29,610원입니다.
문제는 '텀블러의 잔당 가격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가'입니다. 일종의 감가상각인데요, 그래서 보통 텀블러의 유효사용기간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납중독의 위험이 있다, 3년을 사용해도 끄떡 없다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텀블러 공급업체의 블로그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정도 소모품만 교체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텀블러 수명은 6개월? 텀블러 사용기간의 진실과 오해)
하지만 소모품을 교체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사용기한은 보수적으로 1년으로 잡고 계산하겠습니다. 여기에 사용횟수는 회사에서 마시는 상황을 가정하여 1년 간 평일에 1번씩 마시는 걸로 계산하였습니다. 우선 1년이 365일이므로 52.1주(365/7=52.1주)에 해당하고, 1주에 5영업일이므로 1년동안 260.5회(52.1 * 5 = 260.5회)를 사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잔 당 단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29,610원 / 260.5회 = 114원
4) 얼음 트레이
저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족이기 때문에 커피를 마신다면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따라서 얼음을 만들기 위한 트레이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사실 집에 얼음 트레이가 없어서 이번에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실용적인 제품이 많았습니다. 요즘 회사에서 텀블러와 제빙기를 쓰면서 얼음 트레이를 구매할 때 필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얼음 사이즈가 텀블러에 넣기에 충분히 작은가? (너무 크면 활용이 어렵다)
매번 얼음을 얼려 쓸 수는 없으니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가 있는가?
위생상의 안전을 위해 스푼이 있는가?
위의 조건을 기준에 부합하는 얼음 트레이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작은 냉동고에서도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조회한 시장가격은 13,800원. 단가 측정 방법은 텀블러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였습니다. 플라스틱 구성이라 오래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으로 측정하여 사용기간은 1년, 사용횟수도 텀블러와 동일하게 260.5회를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단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3,800원 / 260.5회 = 53원
2. 인건비
이제 인건비를 측정해볼 차례입니다. 우선 카페의 인건비를 확인하기 위해 알바몬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의 시급을 조회해 보았습니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는 났지만, 보통 카페의 시급은 최저 시급인 8,590원이 대부분입니다. 시장에서는 고부가가치 노동으로 평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직접 커피를 타는 경우도 비슷한 수준의 기술과 노동강도라고 간주하여 최저시급을 적용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을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우선 커피를 타는 데 필요한 Action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얼음 트레이에 물을 채워 냉동고에 넣는다
텀블러를 씻는다
커피스틱으로 커피를 탄다
얼음 트레이를 꺼내 얼음을 넣는다
커피를 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직접 시간을 재본 적은 없지만, 상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3분 이상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1시간(60분)에는 최소 20잔 이상의 커피를 타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시급인 8,590원을 20으로 나누어 단가 인건비를 산출하겠습니다.
8,590원 / 20 = 430원
3. 최종 금액
위의 재료비와 인건비를 모두 더하면 총 1,124원이 됩니다. 보통 아메리카노 가격이 3,000~5,000원 정도 하므로 1/3이상 절감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수적인 수치이므로 실질적인 비용은 이보다도 적게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물 값과 인건비가 다소 과대계상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반면 서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커피를 카페에서 마시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공간에서 시간을 향유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그런 부가가치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카페의 커피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집에서 직접 타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을 집중탐구(?)해보았습니다. 커피 한 잔에 1,124원이라는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각자가 가치를 두고 있는 방향에 따라 싸다고도, 비싸다고도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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