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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Mar 03. 2020

'얼.죽.아'도 텀블러를 든다

회사에서 불필요한 커피 값을 절약하는 방법

 그렇다. 나는 얼죽아(어도 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영하로 떨어진 한겨울에도,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있어도 내가 주문하는 아메리카노는 아이스이다. 그렇다고 또 커피애호가는 아니다. 그저 대학생 시절 항상 카페에서 공부하던 습관으로 인해 집중할 때 입에 뭐가 들어가지 않고서는 못 베길 뿐이다. 생각해보면 학생 때 카페를 자주 다닌 이유도 커피보다는 널찍한 공간과 적절한 백색소음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가 샀던 건 커피가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이었다. 



 회사에서도 나는 늘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회사가 공장단지에 있는 터라 커피 전문점이 없다. 대신 편의점에서 커피머신을 활용해 2,000원짜리 커피를 내린다. 출근 전에 한 번, 오후 일과 시작 전에 한 번. 그래서 내 책상 위에는 언제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져 있다. 커피 친화적(?)이지 않은 윗 세대의 선배들은 이런 모습이 이상한지 나를 뉴요커냐고 놀릴 정도다.


 그런데 문득 이 2,000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처럼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여유로이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커피 맛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가성비로 따지면 더할나위 없는 제품이다) 푼돈이지만 굳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어보였다. 그래서 절약을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이 커피 값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Step 1. 원하는 Spec 정하기


 앞서 언급했듯이 회사가 외진 곳에 위치하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다. 회사 복지동에 있는 카페를 이용하기, 편의점에서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리기, 탕비실에 구비되어 있는 스틱(카누)을 사용하기. 각각의 방법은 장단점이 있다. 장단점을 비교하기에 앞서 내가 원하는 기준(Spec, 사양)을 정하는 것은 구매의 기본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아래와 같다.


● 맛 : 크게 상관 없음

● 구매방법 : 귀찮지 않아야 함

● 가격 : 낮을수록 좋음

● 기타 : 반.드.시 아이스 메리카노


 기준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 맛이 크게 상관없다는 부분이다. 나도 가끔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언제 다 마셨는지도 모를 정도로 대충 마시기 때문에 맛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커피 맛을 크게 구분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고. 따라서 여기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 맛은 어느정도 감수하겠다는 의미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Step 2. 여러 방법을 비교하기


 원하는 기준을 정했다면 기준에 따라 비교를 한다.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여 우위가 확실하게 표현될수록 비교하기는 쉬워진다. 간단하게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구매일까? 가격만 생각한다면 '0원' 스틱 커피를 선택해야 하지만, 결정적으로 스틱커피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카누는 찬물에도 잘 녹는다고 해서 찬물에 타 마셔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안되겠다. 죽어도 아이스가 주는 청량감은 포기할 수가 없다.


 게다가 스틱커피를 타마시는 일은 번거롭다. 커피를 직접 타는 것도 귀찮지만, 더 큰 문제는 텀블러다. 무거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고, 커피를 다 마시고 텀블러를 닦는 일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텀블러 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편의점 커피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걸까?



 Step 3. 대안을 생각해라 


 회사에서 구매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주어진 환경을 십분 활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사의 구내식당에는 제빙기스쿠퍼가 구비되어 있다. 정수기로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붓고 제빙기에서 얼음을 잔뜩 퍼내어 넣으면 손쉽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텀블러를 들고 제빙기로 찾아온다. 물론 식당이 2층에 있어서 사무실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편의점도 같은 층에 있으므로 특별히 불편한 것도 아니다.


초경량 텀블러


 그리고 두 번째. 텀블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초경량의 텀블러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카페에서 쓰는 플라스틱 컵과 무게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서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다. 물론 텀블러를 매번 닦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환경보호하는 셈치고 이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정 귀찮으면 안 닦고 또 마셔도...)


 결국 최근 한 달 정도는 텀블러를 활용하여 커피를 직접 타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돈이 절약되었다. 매일 두 잔씩 근무 일수인 20일 정도 마셨다고 가정할 때, 절약하는 금액은  


 2,000원 x 2회 x 20일 = 80,000원 


이고, 1년이면 960,000원 정도를 아낄 수가 있다. (사실 지금 계산하면서 금액이 생각보다 커서 놀랬다)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구내식당에는 제빙기 말고도 매일 다른 차를 제공하고 있다. 녹차, 홍차, 옥수수 수염차, 레몬차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서 잠을 깨야하는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지만, 오후에는 커피 대신에 식당에서 제공하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시작한 행위가, 오히려 다양한 차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편의점에서 커피를 돈 주고 마시다가 직접 타 마시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였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복잡하게 고민하라는 게 아니다. 어차피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드립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회사생활의 낙인 사람은 나처럼 맛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비를 할 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여러가지 대안을 비교해보고, 기존의 방법을 깰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한다면 예상외로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비교적 적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보통 씀씀이를 줄이고자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돈을 아끼기 위해 무언가 포기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데 커피 한 잔마저 참아야 해?' 라는 생각이 문득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따라서 관점을 바꿔보도록 제안한다. 참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딱 맞는 물건을 찾아내는 일로 말이다.









■ <구매인의 절약법 > 다른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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