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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여행의 7가지 테마

by 만꺼

베이징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수도인만큼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제국의 권위를 담은 궁전과 정원, 현재 중국을 움직이는 정치 중심지, 그리고 현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감각적인 공간까지,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흔히 ‘볼거리 많은 도시’로 소개되지만, 베이징의 진짜 매력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다층적인 이야기와 분위기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런 베이징의 다양한 얼굴을 주제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1. 세계적인 유적지들의 ‘웅장함’

자금성


베이징은 자금성, 천안문, 천단, 이화원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도시 내에 밀집해 있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역사도시다. 이들 유적은 대부분 황실과 관련된 건축물로, 대규모의 부지와 압도적인 건축 구조로 인해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자금성은 약 720,000㎡ 면적에 9,000여 개의 방을 가진 세계 최대의 고궁 건축군으로, 중심축을 따라 일직선으로 걷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거대하다.


이처럼 베이징은 단순히 오래된 유적이 아닌, 동아시아 역사의 중심 역할을 한 공간들이 실존하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설령 역사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유적 하나하나가 압도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흥미를 느낄 포인트가 많다.


2. ‘현대 중국’의 정치적 중심지

천안문 광장

베이징은 과거의 수도였던 것뿐 아니라, 현재도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외교·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인민대회당, 천안문 광장, 국가박물관 등 주요 기관들이 도심 한가운데 집중되어 있어, 사회주의 국가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으로 재정비된 올림픽 공원 일대가 당시 중국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통상 상하이가 경제 중심지라면, 베이징은 정치의 상징으로 비유되는데, 실제로 베이징에서는 도시 전반에 통제되고 긴장감 있는 사회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89년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통제가 삼엄한 천안문 광장에선 외국인 여행자도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몸 수색을 하기 때문) 이런 점은 좋건 나쁘던 간에 중국의 다른 대도시들과 비교해 베이징만의 뚜렷한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3. 대자연보다 ‘인공자연’이 인상적인 도시

자금성

베이징은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천연 산악 경관은 부족하지만, 명,청 시대부터 설계된 ‘인공자연’이 도시 경관의 핵심을 이룬다. 대표적으로 이화원, 향산공원, 원명원 등은 인공호수, 정원, 인공 언덕 등을 조성해 자연의 형세를 모사한 황실 정원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조경이 아니라, 중국 전통의 풍수관과 자연철학이 반영된 공간으로, 황제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이화원은 쿤밍호와 인공 언덕인 만수산이 조화를 이루며, 인위적이면서도 경관이 뛰어나다. 이런 구조는 ‘자연을 담은 도시’가 아닌 ‘자연을 설계한 도시’라는 점에서 여타 도시와 확연히 구분된다.


4. 소수민족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스차하이


중국은 한족이라는 단일 민족 중심 국가는 맞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존재한다. (중국의 소수민족 비중은 8%로 전체 인구를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베이징은 다양한 소수민족 문화가 도시 곳곳에 녹아 있는 도시다. 대표적인 예로 ‘융화궁’은 티베트 불교(라마교)의 대표 사원으로, 황실이 청나라 시기 티베트와의 외교·종교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은 공간이다. 건축 양식은 전형적인 한족 양식이지만, 기능적으로는 티베트 불교를 위한 사원이다. 또 다른 사례로 ‘니우지에’ 일대는 회족(중국 무슬림) 밀집 지역으로, 베이징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니우지에 청진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무슬림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장소들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실제로 종교와 생활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공간이기에, 미디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중국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5. 798예술구: 중국 현대미술의 심장부

798예술구


798예술구는 과거 국영 군수공장이었던 ‘798 공장 단지’를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예술 지구로, 현재는 중국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낡은 붉은 벽돌 건물과 소비에트 양식의 구조물 사이에 갤러리, 전시 공간, 디자인 숍, 북카페, 팝업 스토어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특히 예술계의 실험적인 흐름을 반영한 전시들이 다채롭게 열려 있어,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도보로 여유 있게 산책하며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느끼기 좋다. 예술과 상업성이 교차하는 공간답게,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이 연결된 상품들도 많아 기념품 쇼핑 장소로도 적합하다. 베이징의 대부분 여행지가 고전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798 예술구는 베이징 특유의 로컬 감성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 유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6. 로컬 문화가 살아 있는 북방의 중심지

베이징식 소고이파이

베이징은 남방의 상하이와 달리 북방의 거칠고 소박한 문화가 살아 있는 도시다. 전통 골목길인 후통(胡同)은 여전히 시민들의 일상 공간이며, 곳곳에 사합원(四合院) 구조의 오래된 주택이 남아 있어 도보 여행으로 로컬 정취를 느끼기에 적합하다. 음식 문화 역시 북방 특유의 밀가루, 양고기, 진한 국물이 중심이며, 베이징식 짜장면(炸酱面), 샤오룽샤(小龙虾), 훠궈, 카오야(北京烤鸭) 등은 여행자에게도 익숙하면서 색다른 맛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찻집, 재래시장, 공원, 100년이 넘는 노포 등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 불리는 전통 문화가 도심 곳곳에 여전히 살아 있다.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일상 공간에서도 오래된 생활의 흔적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베이징은 도시의 결을 따라 천천히 걷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잘 어울리는 곳이다.


7. 공연예술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

금면왕조 공연


베이징은 단순히 유적지 관람에 그치지 않고, 다채로운 공연예술 콘텐츠까지 갖춘 도시다. 대표적인 전통예술인 경극은 자금성 인근 ‘국가대극원’이나 ‘매란방 대극원‘ 혹은 후통 지역의 소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외국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연도 많다. 이 외에도 금면왕조, 베이징 서커스, 민속공연 등 관광객 친화적인 콘텐츠도 다양하게 운영된다. 특히 베이징의 핵심 콘텐츠인 유적지 관람이 낮 시간대에 집중되는 만큼, 저녁 시간대에는 이러한 공연을 관람하면 여행 일정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나 현대무용, 중국 악기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 예술 공간도 많아, 단기 여행자부터 예술 애호가까지 모두 만족시킬 만한 구성이 가능하다.




베이징은 유적, 로컬 문화, 현대 중국이 모두 응축된 도시다.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등은 규모가 크고 관람 동선도 길어 사전 예약과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지하철과 택시가 발달해 있어 시내 이동은 편리하지만, 외곽은 차량 투어나 기사 포함 차량 이용이 효율적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건조한 기후에 대비해 보습과 마스크 준비가 필요하며, 자금성이나 경극 티켓은 사전 예매가 필수다. 한편 결제수단으로는 알리페이·위챗페이 사용이 일반적이므로 미리 등록을 권장한다. 북방 특유의 음식, 문화, 분위기를 천천히 즐기는 것이 베이징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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