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에서 무조건 하루는 보내게 된다는 중심부 지역. 보통 자금성과 경산공원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기 쉽지만, 이 일대에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많다. 천안문 광장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중국국가박물관, 서쪽에는 인민대회당, 남쪽에는 마오쩌둥 기념당과 중산공원, 태묘 등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자금성 관람 전후로 가볍게 들르기에 좋은 곳들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자금성만 보고 떠나기엔 아쉬운, 천안문 일대의 대표적인 다섯 공간을 소개한다.
천안문은 자금성의 정문이자 베이징 중심축의 출발점으로, 현대 중국 건국을 상징하는 장소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이곳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 곳이며, 매년 국경절과 전승절, 마오쩌둥 탄생일 등 국가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핵심 공간이다.
천안문 앞에는 약 22만㎡ 규모의 천안문 광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인민영웅기념비, 마오쩌둥 기념당, 국기 게양대 등이 배치돼 있다. 광장은 24시간 개방되며, 일부 시설은 오전에만 운영되므로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 시간대별 동선을 미리 계획할 필요가 있다.
가장 이른 시간대의 볼거리는 국기 게양식이다. 매일 해 뜨는 시각에 맞춰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국기를 게양하는 순간은 짧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 계절마다 게양 시각이 달라지므로 사전 확인이 필요하며, 좋은 위치에서 관람하려면 30분 전 도착이 권장된다.
남단에 위치한 마오쩌둥 기념당은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만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이나 여권 지참과 실명 예약이 필요하다. 내부에는 마오쩌둥의 시신이 유리관에 안치되어 있는데, 보안 검색이 엄격하고 촬영은 일절 금지된다. 입장 전 소지품 보관소를 이용해야 하며, 긴 줄을 피하려면 오전 9시 이전 방문이 적합하다.
천안문 성루(城楼)는 유료 관람이 가능하며, 광장과 자금성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로 인기 있다. 현재는 현장 구매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온라인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경우 여권 정보를 입력한 실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여행 전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 내부로 진입하면 계단을 통해 성루 위로 올라가게 되며, 조망이 탁월하지만 계단이 가파르므로 노약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광장 중앙에는 인민영웅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청대 말기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까지의 혁명열사를 기리는 공간으로, 운이 좋으면 의장병이 기념비 앞을 교대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천안문 광장의 동쪽에 위치한 중국국가박물관은 중국의 전 역사 시대를 망라한 중국 최대 규모의 국립 박물관이다. 본래 중국역사박물관과 중국혁명박물관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현재는 통합되어 중국 최대의 박물관이 되었다.
외관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을 기반으로 한 석조 건축물이며, 방대한 규모의 전시물로 인해 관람에는 2시간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입장은 무료이지만, 실명 인증을 포함한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특별전은 보통 별도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 유물로는 상나라 시대의 청동 제기인 ‘후모우정(后母戊鼎)’이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청동기 유적로, 중국 청동기 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물이다. 이 외에도 명대의 청화백자, 송·원·청 시대의 도자기, 전국시대부터 청대까지의 각종 화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근현대사 전시도 비교적 밀도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는 중국국가박물관이 중국의 다른 박물관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5·4운동 관련 문서를 시작으로, 마르크스주의 유입과 중국공산당 창립, 항일전쟁, 건국 이후의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원본 자료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소개된다.
중국 대표 박물관 답게 영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오디오 해설이 제공된다. 실내 환경이 쾌적하고 충분한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여름철 여행지로도 적합하다.
인민대회당은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는 장소이자, 중국 정치의 중심 무대이다. 중국 정치 관련 뉴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천안문 광장 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국가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건물은 사회주의 느낌으로 거대하게 지어졌다. 내부는 중앙 대회의장, 연회장, 지역 대표단 회의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부 구역은 유료로 일반 관람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입장료는 30위안 내외이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관람 가능 구역에서는 천장의 대형 오성(五星) 장식, 인민대표 회의장의 좌석 배치, 각 연회장의 전통 장식 등 중국 정치문화의 상징 요소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공식 행사가 있을 경우 일반 관람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금성 동남쪽,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곳에 ’태묘(太庙)’라는 유적이 있다. 현재는 ’노동자문화궁(劳动人民文化宫)’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어 자칫 사회주의 관련 시설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명·청 시대 황제가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던 종묘로, 조선의 종묘와 유사한 기능을 지닌 전통 유산이다.
태묘에는 커다란 전각과 비각, 석조 기단이 잘 남아 있으며, 베이징 도심 한복판에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다만 전각 내부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아, 외부 만 둘러볼 수 있다. 자금성과 붙어있음에도 분위기는 대조적이라 더 인상적이다.
중산공원(中山公园)은 자금성 서남쪽에 위치한 도심형 공원으로, 원래는 사직단 유적이었는데, 그 위에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명대에 세워진 제단과 함께 조경이 잘 갖춰져 있어 유적지 같으면서도 공원 같은 독특한 느낌이 있다.
공원 내부에는 고목과 연못, 석조 건축물이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있으며, 일부 전각과 비각은 제단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인근 관광지에 비해 방문객이 적고, 입장료도 저렴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천안문을 중심으로 한 주요 명소들은 대부분 도보 5~10분 거리에 모여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곳을 둘러보는 일정이 가능하다. 단, 관람 전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중국국가박물관은 사전 예약 없이는 입장이 불가하므로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한다. 또한 모든 장소에서 여권 제시가 요구되므로, 여권은 늘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