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엔쥐더, 비엔이팡, 따동, 쓰지민푸
베이징을 여행하면서 북경오리, 즉 카오야(烤鸭)를 한 번쯤은 먹게 된다. 문제는 베이징에는 너무 많은 카오야 식당이 있다는 점이다. 취엔쥐더(진취덕), 비엔이팡(편의방)처럼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전통 브랜드부터 따동(대동), 쓰지민푸(사계민복) 같은 현대적 감각의 인기 브랜드까지,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식당이 10여 곳 이상 있다. 브랜드마다 조리 방식, 맛, 서비스, 가격대가 제각각이라 사전 정보 없이 들어갔다간 만족도 차이가 클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중에서도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네 곳을 골라 특징을 비교하고, 실제로 방문할 때 도움이 될만한 팁까지 함께 소개한다.
취엔쥐더(全聚德, 전취덕)는 1864년에 설립된 북경오리 전문점이다. 청나라 말기 황실 요리사 출신들이 창업한 식당으로, 오랜 기간 국가급 외빈 접대 장소로 활용돼 왔다. 지금은 베이징 뿐 아니라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도 지점을 운영하며, 본점 포함 베이징 내 지점 수만 10곳이 넘는다.
이곳의 오리는 숯불 화덕에 매달아 직화로 굽는 전통 방식, ‘挂炉(과루)’로 조리된다. 껍질은 바삭하게 익고, 속은 기름이 풍부하게 배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 사이에서 다소 느끼하다는 평이 유독 많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특히 오리를 테이블 앞에서 얇게 썰어주는 ‘片鸭’ 퍼포먼스가 유명한데, 오리를 다 썰고 나면 껍질·살코기·혼합 부위를 따로 담아낸다. 메뉴 구성은 오리 간 볶음이나 월병 같은 베이징식 요리가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고전 연회장 분위기로, 단체석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가격대는 약간 높은 편으로, 오리 한 마리 기준 200위안 후반 300위안대 초반, 2인 식사 시 약 500~600위안이 소요된다.
비엔이팡(便宜坊, 편의방)은 1416년 설립된 중국 내 가장 오래된 카오야 전문점이다. 취엔쥐더보다도 400년 이상 앞선 역사를 지니며, ‘민간 최초의 북경오리 전문점’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과 단골 고객층이 두터운 편이며, 실속 있는 식사를 중시하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베이징 시내에 1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지점은 대체로 전통적인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다.
조리 방식은 ‘焖炉(먼루)’로, 오리를 밀폐된 화덕 안에서 뜸 들이듯 굽는다. 기름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겉껍질이 얇고 바삭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고온 직화 방식인 挂炉(과루)와 달리, 불꽃과 직접 맞닿지 않아 기름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메뉴 구성은 오리 요리 중심으로 간결하게 짜여 있어, 채소 반찬류 등이 인기 있는 사이드 메뉴이다. 내부 분위기는 고전적이되 부담 없이 식사하기 좋은 구조이며, 가격대는 한 마리 기준 200위안 후반대, 2인 식사 기준으로 400~500위안 내외다.
따동(大董, 대동)은 1985년 창립된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북경오리 요리를 파인다이닝 수준으로 끌어올린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식 오리 요리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과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미슐랭 가이드 베이징판에 수록된 경험도 있으며, 현재는 베이징 내 10개 이상 지점을 포함해 중국 주요 도시로까지 진출한 상태다.
조리 방식은 挂炉(과루)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방식으로, 바삭한 껍질은 유지하되 기름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리한다. 겉은 부드럽게 부풀고, 속살은 비교적 담백한 편이라 전통 방식보다 부담이 적다는 평을 받는다. 메뉴 구성은 카오야뿐 아니라 흑송로 죽순, 해삼 수프, 장식이 가미된 디저트 등 파인다이닝 스타일로 구성되며, 플레이팅과 식기의 미적 요소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내부 역시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만큼 가격대는 다소 비싼 편이다. 1마리 기준 300위안대 후반, 2인 기준 600~900위안 사이로 형성되어 있다. 타 브랜드보단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수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비해선 합리적인 편이다.
쓰지민푸(四季民福, 사계민복)는 2008년 설립된 현대형 북경오리 전문점이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지만 빠르게 인기를 얻으며 베이징의 대표 카오야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조리법을 유지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 세련된 메뉴 구성으로 젊은 층과 관광객 사이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 지점 수는 베이징 시내 전역에 10여 곳 이상이며, 대부분 주요 관광지와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다.
쓰지민푸 역시 挂炉(과루) 방식으로 조리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아 취엔쥐더와 비엔이팡의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메뉴 구성은 트렌디한 요리를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죽순 볶음, 양고기 쯔란 볶음, 볶은 채소류 등이 인기가 많다. 가격대는 한 마리 기준 200위안 후반대, 2인 식사 기준 400~500위안 정도이며, 미리 예약은 불가능하지만 ‘大众点评’ 앱을 통해 사전 웨이팅 등록이 가능하다. 단, 취소 후에는 당일 재접수 불가하므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카오야를 먹을 때 주의할 점은 통상 전병, 파채, 오이, 소스를 함께 싸 먹는 방식이 기본인데, 일부 식당은 전병과 소스를 별도 주문해야 하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카오야는 매우 느끼한 음식(한국인 기준)이므로 2인 기준으로 주문한다면 먼저 반 마리와 사이드 메뉴 1개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대부분의 식당이 짜장면 등 베이징 전통 요리를 함께 취급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다면 다른 사이드 요리 위주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