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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푸동 공항 vs 홍차오 공항 어디로 가야할까?

상하이의 국제공항 2곳 비교하기

by 만꺼

오랜만에 서울에서 상하이로 향하는 항공권을 예매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대와 가격 정도만 간단히 비교하고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단순히 상하이 시내를 관광하는 일정이 아니라, 상하이 근교 도시인 자싱(嘉兴)에서 열리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중요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싱은 상하이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도시지만, 상하이 내 어느 공항으로 입국하느냐에 따라 이동 경로와 소요 시간, 귀국일 일정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항공권 예매가 여행 전반의 동선을 설계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특히 출발 시간뿐만 아니라 도착 시간, 고속철도 환승 편의성, 마지막 날 숙소 위치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요소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푸동공항(PVG)이 국제선도 많고 항공권도 다양하다는데 거기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천발 국제선이 푸동공항으로 도착하고, 항공사 선택 폭도 넓기 때문에 막연히 푸동 쪽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싱까지의 이동 경로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푸동공항은 상하이 동쪽 외곽에 위치해 있어,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온 뒤 다시 서쪽에 위치한 홍차오역으로 이동해 고속철도에 탑승해야 하는 번거로운 구조였다. 반면 홍차오공항은 고속철도역과 같은 단지에 위치해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고속열차로 갈아탈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게다가 귀국일에는 상하이 시내 숙소에서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단순한 항공권 가격이나 출발 공항만 보고 결정하기엔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렇게 교통편, 시간대, 숙소 위치를 하나씩 비교해보다 보니, 이 과정을 정리해두면 앞으로 나처럼 상하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공권 예매를 준비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공항 선택 가이드를 작성하였다.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도 드물게 국제공항이 두 곳이나 운영되는 도시다. 하나는 도시의 동쪽 끝, 바다와 인접한 푸동신구에 위치한 푸동국제공항(PVG)이고, 다른 하나는 서쪽의 민항구에 자리한 홍차오국제공항(SHA)이다. 두 공항은 상하이 도심을 기준으로 정확히 동서로 나뉘어 있으며,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주변 지역 분위기와 접근성 면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푸동공항은 와이탄이나 인민광장 같은 도심 중심지에서 약 46km 떨어져 있는 반면, 홍차오공항은 약 15km 거리에 있어 거리만 따져보면 후자가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단순히 위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두 공항이 담당하는 항공 노선의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푸동공항은 국제선 중심의 공항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부분의 항공편이 이곳으로 도착한다. 그만큼 항공사 선택의 폭도 넓고, 하루에 여러 시간대의 항공편이 운항되어 여유로운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밤늦은 시간대의 도착편이나 새벽 출발편처럼 특수한 조건이 필요한 경우에도 선택지가 많다.


반면 홍차오공항은 원래 국내선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항으로, 현재도 중국 내 도시들과의 연결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다만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부 국제선, 특히 김포-상하이 노선 일부가 이곳으로 도착한다. 도심에서 가깝긴 하지만, 항공편 수나 시간대는 제한적이다. 특히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편이나 밤 늦게 출발하는 비행편이 없어서 여행 내내 꽉찬 일정을 짜고 싶다면 애매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도쿄의 나리타/하네다 공항처럼 공항에 따른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도심 접근성만 놓고 봐도 두 공항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푸동공항은 상하이 동쪽 외곽에 위치해 있어 도심으로 들어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자기부상열차(마그레브)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푸동공항에서 롱양루역까지 약 8분이면 도착하고, 이후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면 인민광장까지 약 30분 정도 걸린다. 전체 이동 시간은 환승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45분에서 1시간 정도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


마그레브는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속도 덕분에 한번 쯤 타볼만한 체험 요소이지만, 운영 시간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제한되어 있어 야간 도착 항공편 이용 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더불어 심야 시간대에는 지하철도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공항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공항버스는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60분 정도 소요되며, 그것마저도 대부분 자정 전에 운행이 종료되어 야간에는 선택지가 제한된다. (야간버스 노션은 1개 밖에 없다)


택시는 노선으로부터는 자유롭겠지만, 도심까지 40~60분가량 걸리고 요금은 야간 기준으로 200~250위안 선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보면 푸동공항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교통수단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편이다.


반면 홍차오공항은 접근성이 훨씬 우수하다. 공항 자체가 시내와 가까운 서부 민항구에 위치해 있어, 지하철 2호선이나 10호선을 이용하면 인민광장이나 신천지 같은 중심지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에도 평균 25~35분 정도면 도심까지 이동 가능하며, 요금도 70~100위안 내외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또한 홍차오공항은 상하이홍차오역(上海虹桥站)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비행기에서 내려 곧바로 고속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환승을 위한 별도의 이동이 필요 없고, 플랫폼까지의 동선도 잘 정비되어 있어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자싱, 쑤저우, 항저우처럼 고속철도를 이용해야 하는 근교 도시로 이동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 연결성 하나만으로도 선택의 무게가 확실히 기울게 된다. 실제로 자싱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고속열차가 홍차오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 공항을 이용하면 이동 경로가 훨씬 효율적으로 구성된다.


푸동공항

반면 푸동공항은 고속철도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다. 공항에서 바로 열차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시내로 먼저 이동한 후 다시 고속철도역으로 갈아타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롱양루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홍차오역이나 상하이역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짐이 많거나 시간 여유가 부족한 경우에는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두 번 이상 환승이 필요한 구조라 동선이 복잡해지고, 예기치 못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고속열차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정이라면, 이런 동선은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만약 여행 동선이 상하이 시내에만 한정된다면, 어느 공항을 선택하든 일정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와이탄, 인민광장, 예원 등 주요 관광지는 지하철 2호선으로 양쪽 공항에서 모두 접근 가능하며, 실제 이동 시간 차이도 체감상 크게 다르지 않다. 디즈니랜드처럼 동쪽에 치우친 목적지를 먼저 들르려는 경우엔 푸동공항이 약간 더 가깝고, 프랑스 조계지나 신천지처럼 서쪽 도심에 위치한 장소를 우선 방문할 예정이라면 홍차오공항이 조금 더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유불리는 30분 정도 더 이동하냐마냐의 수준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항공권의 시간대나 항공사, 마지막 날 숙소 위치에 따라 공항이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귀국일에 아침 비행기를 탈 계획이거나 야간 항공편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최종적으로 자싱과의 연계 일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홍차오공항 도착편을 선택했고, 여행 마지막 날 숙소도 아예 상하이 서부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예약했다. 덕분에 고속철도에서 내려 바로 호텔로 이동할 수 있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일정을 짤 수 있었다. 항공편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대의 김포 출발 항공편이 있어서 예매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가까워서 오히려 만족스러운 부분도 컸다)


공항 선택 하나로 전체 여행 동선이 훨씬 정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정 초반에는 자싱으로 이동하기 편했고, 마지막 날에는 숙소에서 공항까지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어 일정상 여유가 생겼다. 항공편 수나 시간대는 푸동공항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지만, 이번 일정에는 홍차오공항이 훨씬 잘 맞았다. 다음에 다시 상하이를 방문하게 되더라도, 목적지와 이동 계획에 따라 이번처럼 공항부터 먼저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멋대로 작성하는 상하이 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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