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홍콩 3. 오! 첨밀밀

<첨밀밀(甜蜜蜜)>이라는 영화, 노래 그리고 가수 덩리쥔(邓丽君)

by 만꺼

본 포스팅은 팟캐스트 대륙이대수다 <홍콩>편의 내용을 요약/정리하였습니다.




1996년 개봉한 영화 <첨밀밀>은 홍콩반환 직전의 혼란한 시대상을 담고 있는 영화다. 광복도 해방도 아닌, '반환'이라는 홍콩만의 특수한 역사적 격변을 앞두고 있는 홍콩인들의 애환을 주인공인 이교와 소군의 삶을 통해 은유한다. 여기에 영화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이러한 은유를 드러내는데, 영화의 제목이자 대표적인 OST인 노래 <첨밀밀> 역시 그러하다.


사실 <첨밀밀>은 인도네시아의 민요를 중국어로 리메이크한 노래이다. 원곡은 '돛단배를 저어라'라는 의미의 인도네시아 민요로, 1979년 대만의 여가수 덩리쥔이 중국어로 번안하여 부르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덩리쥔은 <첨밀밀> 외에도 <월량대표아적심>, <야래향> 등의 노래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일대와 일본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중화권에서의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에서는 등려군의 노래를 '자본주의적인 음악'으로 치부하여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대륙의 많은 사람들은 감시를 피해 암암리에 등려군의 노래를 즐겨 들었고,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낮은 늙은 등(邓)이 지배하고, 밤은 젊은 등(邓)이 지배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여기서 늙은 등은 당시 중국의 주석인 등소평(덩샤오핑)을, 젊은 등은 등려군(덩리쥔)을 의미한다.


영화 <첨밀밀> 에서는 덩리쥔과 그녀의 노래가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 수 차례 등장한다. 홍콩의 캔톤로드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며 행복하게 첨밀밀을 부르는 장면, 덩리쥔의 카세트 테이프 장사를 하다가 망하는 장면, 미국 땅에서 덩리쥔의 타계 소식을 통해 재회하는 장면까지. 두 주인공이 멀어질 때마다 덩리쥔의 노래는 그들을 이어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 후반, 홍콩에서 덩리쥔은 노래는 이미 '한물 간 노래'였고, 대륙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촌스러운 음악'으로 취급을 받았다. 역설적이게도 '대륙에서 온 이방인'인 두 주인공은 덩리쥔의 노래를 매개로 가까워진다. 특히 일부러 홍콩말인 광둥어만 쓰고, 서구문화의 첨병인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륙 출신임을 숨기고 싶어했던 여주인공 이교에게는 덩리쥔의 노래는 감출 수 없는 정체성의 상징이자 같은 대륙 출신인 소군과 유대를 쌓는 매개체였다.


이제 노래 <첨밀밀>은 홍콩뿐만 아니라 대륙에서도 추억의 노래가 되었고, 영화 역시 오래된 명작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첨밀밀>을 통해 홍콩을 그리고 기억한다. 이는 어쩌면 영화 속에 표현된 홍콩인들의 정서가 지금도 유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팟캐스트에서 듣기_시즌3 3화 : 아슬아슬한 사랑을 연기하는 홍콩의 김희애, 장만옥의 영화들

-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3232?e=23879141

- 오디오클립(네이버)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320/clips/39

- 애플 팟캐스트 : ‎Apple Podcasts에서 만나는 [여행] 대륙이대수다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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