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홍콩 4. 영국의 흔적들

99년의 영국 통치가 남긴 홍콩 속 영국문화

by 만꺼

본 포스팅은 팟캐스트 대륙이대수다 <홍콩>편의 내용을 요약/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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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1일 자정, 홍콩 총독부에 영국의 유니언 잭이 내려오고 중국의 오성홍기가 계양되었다. 이는 99년의 영국 통치가 끝나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었음을 의미했다. 반환 이후, 새로운 체제에 맞게 법과 제도가 바뀌고 홍콩 사람들의 생활양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명 ‘중국화’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홍콩은 중국 본토와는 다른 고유의 색을 갖고 있다. 특히 영국의 영향을 받은 문화가 곳곳에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언어이다. 홍콩의 공식 언어는 보통화(베이징 표준어)이고 널리 쓰이는 향토 방언은 광동어이지만, 두 언어 못지 않게 영어도 공용어로써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홍콩 사람들은 영어를 ‘출세의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어교육을 중시하며, 중국정부 역시 홍콩을 국제도시로 키우고자 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 비해 영어교육에 힘을 많이 쏟는다. 그래서 홍콩사람들은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대체로 영어를 친숙하게 구사하는 편이다. 홍콩을 여행하다 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서양인들과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영어 정복이 숙원사업인 한국인의 눈에는 이색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지명에도 영국의 흔적은 남아있다.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 등 여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명소들은 물론, 리펄스 베이(Repulse Bay), 스탠리 마켓(Stanley Market) 처럼 우리엑 친숙한 여행지에도 심심치 않게 영어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홍콩섬과 구룡반도 남부 일대에는 대부분의 도로명이 영어로 되어 있다. 덕분에 홍콩에서는 길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서 길을 헤메는 경우가 적다. 한 가지 특이한 건 중국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신계 지역에서는 도로명이 반대로 중국식이라는 점이다. 외곽 지역이라 영국의 통치력이 비교적 덜 미쳤기 때문인데, 지층의 표면을 보듯이 개발 시기에 따라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교통수단으로 넘어가면 홍콩의 상징과도 같은 트램(Tram)이 있다. 홍콩 트램은 영국 본토의 것을 본따 식민지 초기인 1904년에 건설되었다. 지금도 홍콩에서는 영국에 가보지 못한 많은 여행객들이 '꿩 대신 닭'으로 이 홍콩 트램을 탄다. 사실 영국은 노후화된 전차를 대부분 신식으로 교체하였지만, 홍콩은 기존의 오래된 트램을 개조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트램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나무 재질의 고전식 트램은 오히려 홍콩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더 이상 2층 전차를 운영하지 않는다. 고층 빌딩의 숲을 이루는 홍콩의 번화가에서 묘하게 올드 타운의 느낌이 나는 데에는 홍콩 트램의 역할이 매우 크다.


네 번째는 스포츠이다. 홍콩에서 인기있는 대중 스포츠는 크리켓, 럭비, 승마이다. 딱 봐도 동양권에서는 생소한 장르의 스포츠이다. 홍콩에서 이러한 스포츠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영국의 영향이 크다. 크리켓과 럭비는 영국을 대표하는 국기스포츠이고, 승마 역시 영국의 귀족들이 즐기는 취미로 유명하다. 이러한 인기는 제국주의 시절 영국의 통치를 받던 홍콩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에 전파되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홍콩은 아시아에서 크리켓 강국으로 도심 한가운데 경기장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럭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 뿐만 아니라 홍콩섬에 위치한 해피밸리 경마장에서는 수요일 밤이 되면 승마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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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식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홍콩에는 오래전부터 고유의 차 문화가 존재했었지만, 영국의 지배를 겪으면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라는 새로운 차 문화가 들어오게 된다. 에프터눈 티는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시간에 간단한 차와 디저트로 허기를 달래는 문화로 홍콩을 지배하던 1900년대 초에 가장 활발하였다. 자연스레 홍콩에서도 애프터눈 티 문화가 정착하였고, 여기서 고유의 딤섬 문화가 접목되면서 ‘차찬탱’ 문화로도 발전하였다. 그 덕분에 지금도 홍콩에서는 고급 호텔 식당에 가면 정통의 에프터눈 티 문화를, 길거리의 차찬탱 식당을 가면 서민적인 차 문화를 즐길 수가 있다.


만약 홍콩을 여행한다면 이러한 영국문화의 흔적을 찾아 즐겨보는 것도 보물찾기하듯 재미가 있지 않을까?




팟캐스트에서 듣기_시즌3 5화 : 우산은 최루탄을 막기 위함이다?홍콩의 민주화 운동

-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3232?e=23899700

- 오디오클립(네이버) :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320/clips/47

- 애플 팟캐스트 : ‎Apple Podcasts에서 만나는 [여행] 대륙이대수다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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