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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Nov 02. 2023

도시 <우본 랏차타니(태국)>을 여행한 후기

우본 랏차타니 (Ubon Ratchathani)


우본 랏차타니(Ubon Ratchathani)는 태국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 수로는 제 3의 도시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중에 방콕, 치앙마이, 푸켓은 익숙해도 우본 랏차타니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태국은 방콕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나라라서 제 3의 도시라 한들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우본 랏차타니는 태국 제일의 미식 도시였다.


내가 우본 랏차타니를 여행하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에 의해서였다. 올해 초에 라오스 남부로 3주간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라오스로 바로 가는 비행기 삯이 너무 비싸서, 몸이 좀 고생하더라도 태국 방콕으로 입국해서 야간 열차를 타고 국경까지 이동한 뒤에, 다시 버스를 타고 라오스로 국경을 넘는 일정을 세웠다. 이때 태국-라오스 국경에 인접한 태국의 도시가 바로 우본 랏차타니였다.


사실 라오스로 넘어갈 때만 해도 우본 랏차타니를 여행할 계획이 없었다. 여행지를 검색해도 몇 개의 사원 외에는 거의 정보가 없었으며, 이미 방콕에서 유명한 사원을 다녀왔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새벽에 우본 랏차타니 기차역에 도착한지 3시간도 되지 않아 라오스행 버스를 타고 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이 도시가 새롭게 다가온 건 라오스에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즈음이었다. 숙소에서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미슐랭(미쉐린) 사이트에서 서울의 맛집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도 상에서 내가 위치한 곳의 옆 동네에 미슐랭 마크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바로 이미 지나왔던 '우본 랏차타니'였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본 랏차타니가 있는 태국 동부 지역을 이싼(Isan)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 지역은 태국 내에서도 ‘맛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라오스와 국경이 맞대고 있다는 특성 덕분에 태국과 라오스 양국의 식문화가 혼합되어 다채로운 음식들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돼지가 마굿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이제 나도 우본 랏차타니를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여행 막바지라 라오스 남부가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친구와 논의 끝에 원래 계획보다 이틀 앞당겨 우본 랏차타니로 넘어가서 미슐랭 투어를 즐기기로 했다.


돌아온 우본 랏차타니는 첫 인상과는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왔다. 우선 생각보다 도시의 규모가 커서 놀라웠다. 도시 안에는 호텔도 여럿 있었고,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이 있었다. 피씨방과 이자카야도 눈에 띄었다. 비록 외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지만, 태국인들이 국내 여행으로 많이 오는 듯했다. 만약 치앙마이에 외국인 여행객들이 몰리지 않았다면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시 안에는 볼거리가 없었다.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야하는 여행지가 많았다)


우본 랏차타니에서의 2일은 오직 미슐랭 식당을 찾아다니는 데만 집중했다. 우본 랏차타니 안에 총 12곳의 식당(빕 구르망 6곳)이 사이트에서 소개되었는데, 그 중에 네 군데의 식당을 방문했다. 종류도 베트남 요리, 이싼 요리, 타이-차이니즈 요리 등 다양했다.


음식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사실 라오스를 포함한 이싼 지방의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과 결이 다른 면이 많다. 생소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민물 생선(게)이 주된 식재료인 점, 생식 문화가 발달된 점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본 랏차타니에서 방문한 식당들은 하나같이 음식이 맛있었다. (오히려 라오스에서는 입맛에 안맞는 요리도 종종 있었다)


이번 미슐랭 투어가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건 식당을 찾아다니는 여정 속에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맛집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도시의 식당들은 웨이팅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경험은 마치 스무살에 떠났던 첫 해외여행의 느낌을 상기시켜 주었다.


솔직히 누군가가 나에게 우본 랏차타니로의 여행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우본 랏차타니까지 가는 고생을 생각하면 다른 대안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라오스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고 2주 이상 넉넉하게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만큼은, ‘방콕-우본 랏차타니-라오스 남부’로 이어지는 여행 코스를 추천할 것이다. 그만큼 경유지로는 괜찮은 선택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참고하면 좋을 콘텐츠

사이트 -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우본 랏차타니' 검색 결과

유튜브 - TvN 스트리트푸드파이터 태국 북동부 이싼 음식 모음

유튜브 - EBS 세계테마기행 맛 여행 1번지 이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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