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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Feb 19. 2023

가을의 도쿄가 좋았던 이유

메트로폴리탄과 후지산 여행

- 여행기간 : 2022년 11월 12일 ~ 11월 19일
- 동행 : 친구 2명과 함께
- 경비 : 약 200만원
- 여행테마 : 메트로폴리탄 도시여행 & 후지산


에노시마의 바닷가


 코로나로 인한 여행제한이 막 풀렸을 즈음, 도쿄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친구가 이제 막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참이어서 더 늦기 전에 신세 좀 져보자라는 생각에 무작정 도쿄행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휴가 삼아 일본을 여러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정작 수도인 도쿄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유적이나 자연경관을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도쿄 같은 대도시도 그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 특색 있는 여가활동, 고유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박물관들까지. 천천히 여유를 두고 도시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도쿄 여행도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하는 데 기대가 많았고, 실제로도 현지에 사는 친구의 도움 덕에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Notion으로 페이지를 만들어 보았다. 이 글은 여행 페이지를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도쿄여행스러웠다고 생각되었던 순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쿄여행 기록 저장소(Notion)




1. 후지산


후지산


사실 도쿄에서 후지산까지는 꽤나 멀다. 도쿄도를 지나 카나가와현을 가로질러 시즈오카현이나 야마나시현까지 가야 해서 자동차로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시즈오카 공항으로 In/Out하는 게 아니라면 도쿄에서 후지산을 여행하는 마땅한 루트가 없기 때문에 큰맘 먹고 렌트까지 하여 다녀왔다. (나고야에서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후지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산으로 한국의 한라산 혹은 설악산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다. 그 때문인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자연유산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많은 예술가들이 후지산으로부터 많은 예술적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데, 직접 후지산에 가보면 그 말이 실감된다.


흔히들 후지산을 즐기는 방법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후지산 주변은 지대가 낮아 멀리서 바라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다. 나는 가와구치 호수 근처의 숙소에 하루를 묶으면서 후지산을 여행했는데, 아침에 숙소에서 바라본 후지산의 일출 풍경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도쿄여행에서 멋진 자연경관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더욱 감명 깊었다.


2. 국립서양미술관


국립서양미술관


대도시에서만 할 수 있는 여행을 꼽으라면 바로 박물관미술관이다. 내 경험상 좋았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그 나라의 수도에 있었다. 물론 일본의 경우 지방도시에도 괜찮은 박물관이 몇 군데 있었지만,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국립서양미술관은 아시아에서는 몇 안 되는 서양 화가들의 원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이다. 한국에서는 상설전시로 서양 원화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개인 소장품을 대거 기증하여 원화를 접할 기회가 생겼다. 따라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립서양미술관을 가보는 걸 추천한다. (도쿄는 서양미술관 말고도 가볼 만한 미술관이 여럿 있다)


참고로 국립서양미술관의 건물은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에 한 명인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물로 이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3. 스시, 소바, 덴푸라, 우나기(장어)


스시
소바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음식들이지만 이 음식들은 도쿄 4대 음식으로 통한다. 이 음식들은 도쿄를 수도로 상업이 번창했던 에도시대에 외식 메뉴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한 번쯤 먹어본 음식들이라 특별할 건 없지만, 반면에 실망하기도 힘든 메뉴이기도 하다.


만약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도쿄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바지락으로 밥을 짓는 '후가가와메시', 미꾸라지를 활용한 '도제우 나베', 관동식 오코노미야키로 불리는 '몬자야키' 등을 추천한다. 나 역시 일정상 시간이 안돼서 못 먹었지만 만약 다음에 도쿄에 간다면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이다.


4. 도쿄의 독특한 편집샵


BEAMS
뉴발란스 매장


나는 옷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잘 모르겠지만, 함께 간 친구의 말에 따르면 도쿄의 몇몇 의류 브랜드는 여전히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식으로 해석한 '아메카지' 스타일의 브랜드들이 몰려 있다고 한다. 아메카지에 환장한 친구를 위해 하루 정도는 온전히 쇼핑을 하며 일정을 보냈는데, 거의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환장하여 쇼핑 강행군을 했던 악몽의 기억도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지만, 한국에서는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브랜드도 많다고 하니 패션에 관심이 많다면 쇼핑도 크나큰 여행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도쿄는 밀리터리 룩이나 빈티지 의류를 파는 매장도 많아 선택의 스펙트럼도 넓었다.


5. 시티 라이프


요코하마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크게 체감은 안 되겠지만, 도쿄 경제권 역시 수도권 집중이 심한 지역으로 경제력으로만 보면 세계 최대의 경제권역이다. 도쿄 일대의 명목 GDP가 이탈리아 전체의 명목 GDP와 맘먹는다고 하니 말 그대로 '메트로폴리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도쿄에서는 다양한 시티라이프를 즐길 수가 있다.


특히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겪기 전에 도쿄는 고도의 경제 호황기를 누리면서 다양한 고급문화가 발달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위스키 Bar들과 Jazz/클래식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경제성장의 역사가 짧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여행이다. (최근에는 서울에도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도쿄타워나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의 야경처럼 도시 특유의 밤의 정취들도 이색적이라 여행의 재미를 보태준다. 각자가 좋아하는 문화적 코드에 맞춰 여행하는 것도 도쿄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된다.



도쿄여행 기록 저장소(N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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