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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Nov 04. 2023

'산해관(산하이관)' 여행 다녀온 후기

산해관(山海关)

(출처 : 위키백과)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연인>를 보다보니 다시금 청나라(후금) 문화에 관심이 생기면서 중국에서 산해관(山海关)을 여행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산해관(산하이관)은 중국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에 위치한 만리장성의 시작점이다. 보통 만리장성하면 베이징에 있는 팔달령(빠다링)을 생각하지만, 만리장성은 일종의 선 개념이기 때문에 베이징 외의 도시에도 유명한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특히 산해관은 만리장성의 다른 거점들이 산 위에 세워진 것과 다르게 바다에 접하고 있다. 이는 만리장성이 우리나라의 황해와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발해만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해관의 경치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만리장성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산해관은 청나라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청나라(후금)는 초기에는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로 영토를 확장시켜 나간다. 하지만 산해관 인근에서 맞딱드린 영원성 전투에서 대패를 하게 되고, 한동안 명과 청나라 간 전선이 산해관을 기점으로 고착화된다. 병자호란 역시 이러한 대치상황 속에서 청나라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런 역사적 의미 때문인지 친황다오와 산해관은 베이징 근교 여행지로 인기가 많다. 사실 역사 유적지는 베이징만으로도 충분히 넘쳐나기 때문에 중국인 말고 외국인들이 여기까지 여행을 오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나는 당시에 베이징에서 유학 중이라 시간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에, 가볼 수 있는 여행지는 싹 다 훑는다는 생각으로 가보게 되었다.


산해관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딱 ‘가 볼 만 했다’ 정도였다. 그 동안 성벽을 베이스로 하는 여러 유적지를 여행하였는데, 좋았던 곳들을 생각하면 일단 걷기에 좋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중국 시안의 명대성벽이나 한국의 남한산성이 그러했다) 하지만 산해관은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경치는 좋았다.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이라는 현판이 붙어있는 진동문이나 바다를 항해 성벽이 돌출되어 있는 노룡두(老龙头) 등 몇몇 장면은 꽤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또한 앞서 작다고 언급했지만 순전히 규모면에서만 말한 것일 뿐, 장성의 높이나 두께 등은 중국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했다.


하지만 산해관을 제외하면 딱히 갈 만 한 여행지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심지어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친황다오의 여행지를 다시 검색해봤지만 여전히 갈 데가 없다. 맹강녀 사당 등 몇몇 선택지가 있긴 하지만 중국 특유의 만들어진 여행지의 느낌이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항구 도시이니 해변가를 구경하지 않을까 싶다.


포스팅을 작성하고 나니 추천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호불호를 따지면 호에 가까웠던 경험이다. 특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이징, 선양, 청더 등 인근의 도시들과 함께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네 도시가 모두 청나라의 유적지 많이 남아 있고, 동선을 짜기도 좋아서 꽤나 근사한 여행루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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