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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Nov 30. 2023

제주 향토음식 - 몸국, 고사리육개장

몸국이냐 고사리육개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번에 일주일 간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향토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한동안은 이정도로 길게 제주도에 여행 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에 최대한 많이 여러 음식들을 먹어보고 데이터를 쌓아서 다음에 올 때는 먹고 싶은 음식 위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럭조림, 삼치회, 딱새우회, 숙성돼지, 접짝뼈국 등 여러 향토음식을 두루 맛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건 몸국고사리육개장이었다. 그리고 오묘하게 두 음식이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사실 여행을 가기 전만 해도 두 음식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외의 발견이었다.


몸국(왼쪽)과 고사리육개장(오른쪽)



몸국은 제주도에서 많이 나는 해조류인 몸으로 끓인 국이다. 몸은 다른 지역에서는 모자반이라고 불린다. 한편 고사리육개장은 고사리를 넣고 끓인 국이다. 사실 제주도는 고사리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이라 하면 이름에서 유사성이 없어 보이지만, 제주도에서는 고사리육개장을 '고사리국'이라고도 부른다. 결국 바다의 해조로 만든 몸국과 산의 나물로 만든 고사리국이라 하면 두 음식이 어느 정도 상통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두 음식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둘 다 농밀한 질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리 과정에서 메밀가루를 넣어서 육수를 걸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농밀한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죽을 먹는 것 같다. 대신 밥이 잘 안 풀리기 때문에 제대로 숟가락질을 해줘야 한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으로는 두 음식 모두 고기와는 거리가 먼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두 음식 모두 돼지고기가 베이스이다. 우선 육수를 돼지뼈를 끓어 만든다. 돼지육수는 또 다른 제주도 음식인 고기국수, 접짝뼈국 등에도 사용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조리법이다. 게다가 두 음식 모두 삶은 돼지고기를 직접 찢어서 넣는다. 단순히 모자반과 고사리만 넣고 끓이는 국이라고 생각했다면, 먹어보면 의외로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실제로 많은 제주도의 해장국집에서 몸국과 고사리육개장을 함께 파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꾸덕한 식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주도 여행을 갈 때마다 무조건 한 끼는 먹을 것 같다. 다만 두 음식의 결이 비슷하여 모두 먹을 수는 없을 것 같고, 매번 몸국이냐 고사리해장국이냐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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