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청더 여행 - 선양북역 & 양궈푸마라탕
반나절의 선양 여행을 마치고 선양북역에 도착했다.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역사에 도착하니 ‘여기 옛날에 와봤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입구의 에스컬레이터를 보니 낯이 익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 기차역에서는 한국과 달리 짐 검사를 하는데, 종종 사람이 많아서 검사만 삼십 분이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혹시 몰라서 조금 일찍 왔는데 선양북역에서는 대기 없이 끝나서 약간 시간이 남게 되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어정쩡한 시간였지만, 청더에 도착하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간단하게 요기라도 때우기로 한다. 마침 2층에는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입점해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차에 나의 눈에 띈 식당은 ‘양궈푸 마라탕(杨国福 麻辣烫)’.
아직 마라탕이 한국에서 대중화되기 직전이었던 대학생 시절, 학교 정문 쪽에 ‘양궈푸 마라탕’이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꽤나 본토의 맛이 나서 애용했었다. 당시에 왜 식당이름을 양궈푸로 지었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 매우 유명한 프랜차이즈란다. 물론 그 식당은 이름만 베껴온 것이라, 진짜는 아니었다. 그래서 실제 양궈푸의 맛이 늘 궁금했었는데, 10년 만에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에 진짜 양궈푸가 정식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비주얼 상으론 약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점심으로 과식을 했던지라 많이 담지는 않고 한국의 마라탕 집에서 접하기 힘든 재료 위주로 간단히 담았다. 계산을 하고 10분 정도 기다리니 요리가 나왔다. 그런데 비주얼부터가 내가 알던 마라탕과 차이가 났다. 일단 국물이 재료를 다 담그지 못할 정도로 자작했다. 중국 음식에 탕 요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만큼 국물을 중시하는 문화가 아니라서 이런 식의 자작한 요리가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마라탕이 이렇게 자작한 건 처음 보았다.
땅콩소스 가득 끼얹은 것도 독특한 부분이었다. 중국에선 주로 땅콩소스가 없거나, 들어가더라도 아주 소량만 넣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듬뿍 뿌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지인들한테 원래 마라탕은 땅콩소스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고 으스되었는데, 이젠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국물이 적어서 진한 땅콩소스의 향이 났는데,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사실 기차 시간을 계속 체크하면서 먹다 보니 여유롭게 즐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처음 접하는 마라탕이지만 꽤나 입맛에 맞았다는 점과 그럼에도 선지는 비려서 한 입만 먹고 포기했다는 점 정도는 기억에 남는다.
마라탕을 다 먹고 나니 탑승시간이 다 되었다. 2층에서 게이트를 내려다보니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외국인은 여권 검사에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라 서둘러 내려갔다. 다행히도 탑승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이번 기차는 동북지방의 관문인 선양에서 출발해 베이징과 인접한 청더까지 가는 고속철도였다. 약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는데, 가는 길 내내 평원지대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넓게 펼쳐진 평원을 감상하는 맛에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이내 계속되는 풍경에 다소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기차를 타며 느꼈던 감상은 사진으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