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영 Nov 01. 2023

입양 좀 할게요.

많은 분들이 내가 키우는 아이들의 수를 들으면 놀라워한다. 그러곤 이상한 눈으로 왜 그렇게 많이 키우는지 묻는다. 내가 수의사임을 밝히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기견을 접하는 기회가 많다고 설명을 한다. 그 중 아주 소수만 나와 인연이 되어 내 곁에 있게 된 것이라고 말하면 그때서야 경계의 눈을 풀고 “정말 좋은 일 하시는군요.”라고 밝게 말한다. 이럴땐 ‘내가 수의사가 아니었다면 모두들 나를 [애니멀 호더]쯤으로 보겠군’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수의사임을 감사하게 된다.  

   

[나에게 온 '크리스'라는 10살된 고양이다. 딸이 알러지가 생겼다며 10년간 키우던 고양이를 보호소로 보냈고 '크리스'는 그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아 병원으로 왔다.]


이렇게 애니멀 호더가 아니라고 증명이 되더라도 모두가 절대 빼놓지 않는 한마디가 있다.

“더 늘리진 마세요.”

왜 더 늘리지 말라는 것일까? 나를 걱정해서? 아이들을 걱정해서? 어느 쪽이든 감사한 말씀이지만 이 말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마음이 약하고 여려서 아이들을 거둔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모든 아이를 품을 수는 없다고 하시는 말씀이시리라.     


[구조 당시 다리 하나가 심한 골절 상태라 큰 병원에서 절단 수술을 받았다. 근데 수술 부위가 계속 염증이 생겨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내가 입양하게 되었다.]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자. 내가 사는 군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는 아이가 아프면 내 병원으로 데리고 온다. 관리인이 직접 데리고 올 때도 있고 내가 봉사를 갔다가 아픈 아이를 발견해서 직접 데리고 올 때도 있다. 그렇게 병원에 오는 애들은 대부분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입원치료가 불가피하다. 입원치료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맛있는 밥과 깨끗한 물과 보송한 쿠션을 처음(아니면 버려진 이후에 처음) 경험하며 오랜만에 다리를 쭉피고 단잠에 빠진다. 사람의 손길을 기분 좋게 즐기고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면서 친구들과 장난도 치게되고 산책도 나간다.     


['몽글이'는 봉사갔다 교상으로 인해 심하게 다쳐있는 것을 발견하고 데리고 왔다. 흠잡을데 없이 너무 이쁜 아이로 현재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퇴원할 날이 온다. 이때 이 아이를 다시 춥고 더럽고 축축한 보호소로 보내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마음의 약하고 여림의 문제일까? 보호소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 아이의 눈빛과 미소를 보고도 마음 단단히 먹고 안 가겠다는 아이를 돌려보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보내놓고 다음 번 봉사때 마주친 그 아이의 나를 향한 울부짖음을 견디는 일이 정말 나만 힘든 일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아픈 아이를 병원에 들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보호소 봉사를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비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간 케이스이다. 입양을 간 곳에서 사랑받고 잘 지내고 있다고 보호자분이 사진을 보내왔다.]


물론 한도끝도 없이 아이들을 입양할 수는 없다.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입양을 보내려고 많이 애를 쓰고 있고 상당 수의 아이들을 입양을 보냈다. 내가 입양하게 되는 아이들은 입양보내기에 성격이 부적합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내 품에 들어오게 된다.

    

그 누구보다 나는 나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래서 행여나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함께해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얼마나 걱정하는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자기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입양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자기가 구조한 동물을 보살펴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도 안차지만, 이제 애들 그만 늘리라고 하는 분들도 사실 너무 내 사정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리는 머리에 큰 상처가 있어서 입양을 못 갔지만 누구보다 병원생활을 즐기는 아이이다. 어제 술을 드셨는지 쿠션 위에서 몸을 쭈욱 펴고 쿨쿨 주무시고 계시다.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항상 동물을 도울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만큼 입양 또한 신중할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한 나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겠지만 나는 내가 옳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많은 분들이 이런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북토크에 와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저에게는 그 어떤 때보다 용기와 응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토크 알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