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곳

by 손서영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숨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울고 싶을 때도 있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저 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공간은 보통 집이거나 방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런 공간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면 비로소 숨을 크게 쉬게 된다. 조용히 오르내리는 숨소리, 따뜻한 체온,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털의 감촉. 그 모든 것들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위로가 된다. 가끔은 내가 이들에게서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아도 되나 싶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비로소 이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행복해진다.

1달 전에 우리 집에 오게된 ‘살구’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좁은 철망에 갇혀서 점점 생명력을 일어가고 있어 몇 달을 애태우다 데려오게 되었다.

물론 늘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짖어대거나 말썽을 부리면 내 평화가 잠시 깨지고, 하루가 유난히 버거운 날에는 그 소란스러움마저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들조차도 아이들이 내게 주는 사랑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사랑은 인간관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농도의 사랑이다. 조건이 없고, 계산이 없고, 의심이 없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다치고 흔들린 마음을 아이들에게는 조심 없이 맡길 수 있다. 그들의 존재는 내게 ‘믿어도 되는 곳’이 되어준다.

퇴근 전 병원 모습. 퇴근 시간을 반기는 나의 아이들이다. 손님 강아지보다 내 강아지가 더 많은 건 안비밀.


내가 마구 헝클어져 있는 날에도, 엉망이 되도록 시달린 날에도 이 작은 생명체들은 내 곁에서 조용히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해결해주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내 안의 구석구석이 천천히 치유된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집 대문을 열면,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사람인 것처럼 정말 내가 이런 환호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열렬히 반겨주며, 내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려 준다.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내 곁에서 무방비한 모습으로 잠이 든다. 마치 내가 없던 시간 동안 단 한숨도 못 잤다는 듯이, 안심한 얼굴로 깊이 잠든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무척 용감하고 믿음직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이 아이들에게만큼은, 나는 ‘믿을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아서.

추위로 연못이 얼어버렸고 우리 살구가 언연못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집에 데리고 와보니 세상 둘도 없는 말썽꾸러기다. 살구가 내 물건들을 하나씩 씹어놓고 있다 ㅠ.ㅠ


특히 내가 많이 힘들었던 날에는 자는 아이들을 꼭 안고 심장 소리를 들으려 한다. 그때 아이들이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내 얼굴을 핥아주거나 조용히 몸을 기대어 주면, 그 순간만큼은 어떤 말보다도 진한 위로를 받는다. 누구의 위로도 이토록 맑고 진정성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이렇게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곳이 내 삶에 있으니까. 세상을 살아가며 마음 둘 곳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황망하고 외로울까.

내 사랑 라우니!! 라우니는 내가 생각할 때 제일 매력적으로 생긴 아이다. 라우니를 볼때마다 매번 새롭게 반한다.


오늘도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그들이 내게 준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잘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바란다. 다른 모든 이들도 언젠가 이 작은 생명체들로부터 편안한 휴식을 얻을 수 있기를.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는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근무 시간 동안 나를 기다리다 잠이 든 아이들이다. 어쩜 이리 사이가 좋은지 네잎 클로바같이 다 같이 잠이 들었다. 서로 잘 지내주는게 너무 고마워서 뭉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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