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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16. 2019

어머, 이건 봐야 해!

음악극 [오늘 하루]

[오늘 하루]는 유정민 배우가 극본까지 쓴 일인 뮤지컬입니다.

오늘 저녁엔 아내와 삼일로 창고극장에 가서 [오늘 하루]라는 음악극을 보기로 했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 유정민이 쓰고 출연도 하는 모노드라마입니다. 저는 2016년 크리스마스에 이 연극을 처음 봤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흥분 상태로 리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3년 만에 다시 보는 이 드라마의 디테일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또 같은 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연기는 물론 노래 솜씨까지 빼어난 유정민의 활약 말고도 어쿠스틱 밴드의 음악도 참 좋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이 연극을 보면서 '이렇게 재미있고 진심으로 가득한 연극이 내일까지 단 나흘 간만 상연된다는 게 안타깝다'라고 썼는데 이번엔 5월 16일 오늘부터 5월 26일까지 상연하니까 좋은 말 할 때 보시기 바랍니다.




재작년에 쓴 리뷰를 첨부해 봅니다(스포일러 없습니다).


사는 게 각박해지고 국정농단까지 겹치는 바람에 겨울이 와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나는 건 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이맘때쯤엔 연극이나 뮤지컬을 꼭 한 편 보고 지나가자고 약속했었다. 그래서 올해도 아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창작 뮤지컬을 하나 예매했다. 유정민 작가가 극본을 쓰고 연기도 하는 일인극 뮤지컬 [오늘 하루]다.


유정민의 출연작으로는 [식구를 찾아서]와 [스페셜 딜리버리]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인 것 같다. 유산을 한 번 한 경험이 있는 30대 동화작가가 4년 만에 새 아기를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작가가 직접 쓰고 연기를 해서인지 세세한 디테일까지 대사가 아주 수다스러우면서도 오밀조밀하다. 유정민은 주인공인 동화작가 민지원도 되었다가 친구인 자현도 되었다가 남편 태주도 된다. 심지어 둘이 결혼할 때 반대했던 경상도 시어머니와 전라도 친정엄마 역할까지 '변검'처럼 척척 해낸다. 디테일도 훌륭하다. 속이 타는 연기를 할 때는 백산수 한 병을 벌컥벌컥 다 마셔버리고 휴대전화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네 번이나 기종이 바뀐다.


일인극이라고는 하지만 휴대전화 통화, 스크린 이용 등을 통해 여러 배우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고 무대 왼쪽엔 일렉과 어쿠스틱을 오가며 연주하는 기타와 키보드, 바이올린 연주자들, 그리고 극 중간중간 동화를 낭독하는 여섯 살짜리 꼬마 오유주까지 있어 무대가 꽉 찬다(오유주는 이 연극의 연출가인 오준석 PD와 유정민 배우의 딸이다. 딸이 셋인데 갓난아기까지 둘이 이 연극에 잠깐 출연을 한다).


연기는 물론 노래 솜씨까지 빼어난 유정민의 스토리를 따라 깔깔거리고 웃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눈물이 흐르게 되는 뮤지컬이다. 유정민은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 6년 전 첫 딸을 낳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진심으로 가득한 연극이 내일까지 단 나흘 간만 상연된다는 게 안타깝다. 아마 또 다른 곳에서 또 볼 날이 곧 오겠지, 라고 희망을 걸어본다. 크리스마스가 여름에 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오늘 본 [오늘 하루]는 힘겹게 또 한 해를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출처: https://mangmangdy.tistory.com/341 [편성준의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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