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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5. 2022

전국 선생님들 앞에 서서 행복을 강연하다

서울대 '교사행복대학'에서 초청강연을 했습니다

가끔은 꿈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번엔 서울대에 가서 전국의 선생들을 만나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것도 그런 일의 예라고 해야겠죠.   강연은 '행복 찾기'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서울대행복연구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최인철 교수님의 전격적인 초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교수님이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를 읽고 '교사행복대학'이라는 워크숍 명사초청 강연자로 저를 강력 추천하셨다는 겁니다. 놀라운 일이죠. 게다가 제게 초청 메일을 보낸 것은 물론 당일   어두운 저를 원격 조종해  우정은 연구원께서도   『살짝 웃기는 글이   글입니다』가 너무 재밌었다고 해주셔서 저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제 강연 시간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였는데 이십여 분 전에 도착해 보니 최인철 교수님의 강연이 진행 중이더군요. 맨 뒷자리에 앉아 잠깐 최 교수님의 강연 끝부분을 함께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스크린이 큰 세미나실이었고 강사 앞엔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이 60분 정도 앉아 계셨습니다. 우정은 연구원이 아침 드셨냐고 물으며 행복학교 워크숍 참가자들을 위해 준비한 샌드위치가 있는데 좀 드시겠냐고 하길래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했습니다. 강연 직전에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강연자는 왠지 믿음이 가지 않을 것 같다는 소심한 생각에서였습니다.


최 교수님이 강연을 마치고 5분 정도 쉬는 시간에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제가 가져간 최 교수님의 저서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 프레임』에 싸인을 부탁드렸더니 "아이고, 예전 판본을 가지고 계시군요."라며 신기해하셨습니다(얼마 전 알라딘에서 다시 구입한 중고책이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았습니다). 쏜살 같이 흘러간  5분 후 강연 무대에 오르니 숨이 턱 막히더군요. 저는 "최인철 교수님 뒤에 강연석에 오르니 마치 BTS 바로 뒤에 무대 위에 오른 뮤지션처럼 당황스럽네요."라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들이 호의적인 표정으로 웃어주었습니다. '명사초청 강연'이라 쓰여 있던데 여러분은 속으신 겁니다, 저는 명사가 아니니까요,라고 했더니 또 웃었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연을 수락한 이유는 제가 행복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인생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던 사람이라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하다가 대책 없이 퇴직을 하고는 무작정 제주도에 내려가 원고를 쓰고 책을 내고 글쓰기 강연을 하게 되기까지의 급격한 변화는 제가 조금 더 행복 쪽으로 다가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다 직접적으로 저를 서울대 강연실로 이끈 것은 최인철 교수님의 추천, 그리고 우정은 연구원이 보내 준 메일 속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는 워크숍의 기본 통찰 덕이었습니다. 행복하지 못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건 부부 사이가 좋지 못한 부모가 자식에게 '어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사회생활 초년병 때부터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있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한 뒤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쓰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제주도에 가서 한 달 동안 글을 썼을 때는 몰랐는데 제목을 정하고 나서야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비로소 파악할 수 있었던 사실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제가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바보 같이 살아도 큰일 안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일을 할수록 행복해진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월조회'부터 '소금책'에 이르기까지 제가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쓸데없고 돈은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도 털어놨습니다. 유난히 허술하고 실수가 많은 저를 변명하느라 '실수담이 많은 사람이 부자다'라는 쓴 사실도 고백했습니다. 대충 제 소개를 끝낸 뒤 청중석을 향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처음엔 망설이던 선생님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청산유수로 자신의 얘기와 고민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글쓰기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은 물론 글쓰기를 함으로써 생각이 깊어지고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고 그걸 꾸준히, 즐겁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계발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스킬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내가 대입시험에서 몇 점을 맞았든 I.Q가 얼마였든 어느 대학 출신이든 이혼을 했든 안 했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니까요.


많은 분들이  얘기를 듣고 공감해 주셨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살짝 웃기는 글이   글입니다』를 띄워놓고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판매를 촉진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책을 가져와 싸인을 부탁하는 분도 계셨고 함께 기념 촬영을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최인철 교수님도 강연이 재미있었다면서  만나자는 말씀을 했습니다. 이래저래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제가  얘기가 선생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낙성대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배가 무척 고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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