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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8. 2022

만날 때는 독자였는데 헤어질 때는 작가시군요!

오늘 아침 10시 청주오창도서관에서 손바닥 자서전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지난겨울 청주에서 책을 쓰고 있을 때 해성인문학네트워크의 김해숙 선생의 권유로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윤혜자 씨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주제로 10주간 진행되는 자서전 쓰기 기획안을 문체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에 제출했는데 다행히 그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바람에 매주 청주오창도서관에 가서 강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처음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수업이지만 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졌습니다. 참가자들의 열의가 갈수록 뜨거워졌기 대문이죠. 코로나 19 때문에 줌으로도 진행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도서관에 가서 직접 만났습니다. 처음 글을 써보는 분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스무 명 중 열여섯 명이나 자서전 원고를 제출했습니다. 성북동 고양이 서점 책보냥의 김대영 작가의 도움으로 멋진 표지의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요.


오늘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책을 들고 만나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책을 들고 나와 각자 자신이 쓴 글을 발췌해 낭독하기로 했는데 몇몇 분은 글을 읽다가 눈물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강연장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할 수 없이 크리넥스를 통째로 책 옆에 두고 낭독을 계속 이어가야 했죠. 하지만 뿌듯하고 기쁜 자리였습니다. 청주오창도서관에서 오늘 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주셨고 개인적으로 케이크와 꽃, 선물 등을 가져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윤혜자 씨는 한 작가님에게 브로치를 선물로 받고는 "남편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선물을 받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즉석에서 격려와 축하의 말씀을 드릴까 하다가 오늘 새벽에 일찍 깬 김에 쓴 글을 가져갔습니다. 제목은 '만날 때는 독자였는데 헤어질 때는 작가시군요!'라고 정했습니다.

만날 땐 독자였는데

헤어질 땐 작가시군요!  


여기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손바닥 자서전 쓰기 제목을 정할 때만 해도

정말 이 프로젝트가 가능하기는 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물로 도착한 책을 마주하고 나니 지난 10주의 시간이

허송세월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십 주 전 청주오창도서관에 모인 당신은

오합지졸 중 한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평생 글을 한 번도 안 써본 것 같은 당신이 있었고  

친구 따라왔다가 무료라길래 가입한 당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서 내려와

이번 기회에 내 인생의 변곡점이나 한 번 짚어 보자고,

글 쓰는 게 별 거 아니라고, 그냥 쓰기 시작하라고 충동질하던

부부사기단 윤혜자와 편성준의 말을 순진하게 믿은 당신이

정말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표현이 서툰 것은 물론 글쓰기의 기본인 문단조차 만들지 못하던

당신의 글이 기적처럼 나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천재 타자도 열 번에 네 번 이상 안타를 치면

대기록이라고 호들갑을 떱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무 명 중에 무려 열여섯 명이나

손바닥 자서전을 썼습니다.


저는 이를 두고 '기적처럼 탄생한 열여섯 개의 소우주'라고

책 뒷면에 썼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기적을 목격합니다.

한글을 깨친 지 몇 달 안 되는 할머니들이

시집을 펴내기도 하고

K-Pop K-Drama가 미국 유럽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을 울리고 웃기는 기적 -

그러나 살면서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만날 땐 독자였는데

헤어질 땐 작가가 되는 기적 말입니다.


저는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집필을

기적이라 여기지 말고

하나의 '성공 경험'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해 주십시오.

이제 당신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라고 한다지요?

이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아 주십시오.


읽으면서 쓰십시오.

글 쓰는 시간을 따로 내십시오.

친구가 놀자고 하면

'오늘 써야 할 글이 있어서 안 된다'라고

멋있고 떳떳하게 말하십시오.

그리고 페이스북이든 인스타그램이든

브런치든 자신만의 채널을 만드십시오.

이제 골방에서 작가혼을 불사르던 시대는 갔습니다.

글은 칭찬과 공감을 먹고 자랍니다.

당신의 글을 계속해서 읽게 해 주십시오.


솔직히 새벽에 일어나 청주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전날 잠을 못 자서 버스에서 쿨쿨 자다가

겨우 일어나 손 세수를 하고 온 날도 있었고

첫차 시간이 바뀌어 급해 죽겠는데

택시기사님이 오창도서관 대신

오창호수도서관으로 잘못 데려가는 바람에

가슴이 타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당신이 쓴 책을

앞에 놓고 있으니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희들을 믿고 따라와 주신 당신,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희들을 불러 주시고

불편함 없이 늘 신경 써주신

관장님과 팀장님, 최지영 사서님, 고맙습니다.

선생들의 따뜻한 호의,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대사를 기억하십니까?

"'루이스, 이것이 멋진 우정의 시작일  같군.

(Louis, I think this is the beginning of a beautiful friendship)"

그렇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더 길고 단단해진 우리 인연의 시작임은 물론이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멈추지 말고 읽고 쓰십시오.

그러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당신께 열어줄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건필하십시오.


2022년 9월 28일

윤혜자, 편성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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