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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6. 2019

황금종려상이 아니라도 기대만발!

봉준호의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찌질한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게 늘 감탄스러웠다. "야, 넌 내가 맨날 밥만 먹고 똥만 싸는 줄 알지?"라고 배두나의 친구가 전화로 뇌까리던 장면의 자연스러움,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라고 외치며 이단옆차기를 감행하는 송강호의 리얼하고도 웃기는 대사, 마트까지의 거리가 100미터 넘네 안 넘네 다투던 이성재 김호정 커플이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던져서 100미터를 측정하던 모습 들은 유치하면서도 사랑스러워 미소를 짓게 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런가 하면 아들의 살인을 성공적으로 덮어주고 저녁 햇살이 찌르듯 파고드는 관광버스 안에서 아줌마들과 막춤을 추는 김혜자의 엔딩 컷은 이 감독이 삶의 부조리함 또한 얼마나 섬뜩하게 잘 다루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관객들뿐 아니라 세계 영화팬들도 봉준호를 알아보았다. 그 예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살인의 추억]을 노골적으로 추앙하는 작품 아니었던가.

난 [설국열차]가 좀 별로였다. 열차 칸칸이 계층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너무 명백해서 불편했다. [옥자]도 재미는 있었지만 여기저기 마이너한 불만이 있는 작품이었다. 틸다 스윈튼 등의 캐릭터를 너무 과잉으로 소비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이번 [기생충]은 안 그래도 보고싶었는데 깐느에서 황금종려상까지 탔다. 봉준호는 개인적인 작은 호기심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확장시키는 능력이 탁월한데 아마도 이번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그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이 내 일처럼 기뻐서 봉준호에 대한 생각을 잠깐 정리해 보으려 했으나 어젯밤 우리집에서 술을 마시고 숙취에 시달리던 아내와 친구들이 갑자기 기운을 차리고 광장시장으로 놀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급하게 차를 타고 종로로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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