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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3. 2019

해운대 의령식당

부산에 가서 깔끔하고 저렴한 돼지국밥을 먹고 싶다면

201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이다. 부산 여행 중인 우리 부부는 오전에 CGV 해운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시민 노무현]을 보고 벡스코역 6번출구에 있는 '면옥향천'에 다시 가서 맛있는 메밀국수와 모리소바, 카레고로케, 돈카쓰 등을 먹었다. 그러나 너무 배가 부르고 한낮의 햇볕도 따가워서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잠깐 자거나 책을 잠깐 읽었다.

다섯 시가 넘어 JTBC '정치부회의'로 '최순실 - 정호성 2차 녹음파일'에 대한 보도를 지켜보며 기가 막혀서 혀를 차다가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얘기를 나눴다. 내일은 내 생일을 맞아 어제 부산 싸나이에게 선물로 받은 사케를 마시기로 했으므로 오늘은 조금 간단하게 먹고 싶었다.

애매할 땐 역시 '옆집 총각 리스트'가 최고다. 동현이 알려준 맛집 리스트 중 돼지국밥과 수육을 한다는 집 '의령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해운대역까지 가서 '해리단길'로 접어들면 있는 집이다. 그러나 모바일 지도를 들고도 길을 잘 못 찾는 남편 때문에 아내는 또 한숨을 쉬어야 했다. 나는 누가 다그치면 당황해서 아는 것도 헤매는 스타일이다.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위기상황이다. 아내는 배가 고프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다행히 식당을 찾았다. 아주 작은 돼지국밥집인데 들어설 때 입구에서 돼지 누린내가 전혀 안 났다.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쌌다. 아내는 따로국밥을 시켰고 나는 돼지국밥을 시켰다. 물론 수육 중짜와 대선소주도 한 병 시켰다. 수육이 깔끔했다. 김치와 깍두기도 맛이 훌륭했다.

뒤이어 나온 국밥은 국물이 맑았다. 나는 부추와 새우젓만 조금 넣고 다대기는 아예 넣지 않았다. 청량한 국물 맛을 해치기 싫어서였다. 아내가 된장을 보니 이 년도 안 된 햇된장인 것 같다고 했다.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작년에 담근 장이라도 한다. 일 년에 여덟 말을 담그는데 먹다가 부족하면 처제네 것과 처형네 것을 다 가져다 먹는다고 했다. 밥과 수육이 맛있어서 소주는 한 병만 마시고 건전하게 마감을 했다. 다시 오고 싶은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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