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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3. 2019

겉과 속이 같은 사람  

다큐멘터리 [시민 노무현]

"안중근의 목표는 이토오 히로부미였죠. 그런데 이토오 히로부미 암살이 진짜 그의 목표였을까요? 진짜 목표는 대한의 독립이었는데...그럼 독립이 되고 나면 그가 할 일은 사라지는 걸까요? 그 이후에도 뭔가 불가능한 목표를 만들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아마 그런 인생 아니었을까요, 안중근은?"


봉하마을 자신의 집에서 보좌진들과 연말을 마감하는 자리를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얘기 중 이 대목이 기억에 남았다. 노무현이 얘기한 안중근 의사의 인생은 또한 자신의 인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쿠바 혁명에 성공하고도 자신은 다른 나라의 혁명을 위해 떠났던 체 게바라처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어려운 일을 또 찾아서 결행하는 사람. 자신의 안녕을 도모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전직 대통령이자 민주사회의 모범적 시민이었던 노무현.


어느덧 그의 서거 10주기다. 다큐멘터리 [시민 노무현]을 부산 CGV 센텀시티에서 개봉날 조조로 보았다. 봉하마을에 돌아와 "야, 기분 좋다!"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 다시금 눈물이 왈칵 났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옆자리에서 조용히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이렇게 말한다. "그분을 죽게 만든 그 사람은 아마 절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이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단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봉하마을에서 사진 봉사를 했던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아이에게 두 손으로 음료수를 따라주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그게 한 번이었으면 연출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한 번을 찍어도 백 번을 찍어도 똑같으면 그건 그냥 그 사람인 거죠."


항상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정의라 생각되면 저돌적으로 돌진하고, 겉과 속이 언제나 같았던  사람, 그가 노무현이다. 노무현이 그립다. 비록 나는 노사모도 아니고 봉하마을에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하나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 아닌가, 생각하며 옆자리를 쳐다보고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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