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책방 '마그앤그래'에서 글쓰기 수업 했던 이야기
어제 오전 11시부터 수원에 있는 책방 마그앤그래에서 '살짝 웃기고 눈물도 핑 도는 에세이 쓰기'라는 제목으로 두 시간 동안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한국작가회의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하는 행사인데 마그앤그래의 이소영 대표가 작년 이현호 시인에 이어 이번엔 저를 초빙해 주셔서 열 수 있었던 클래스였습니다.
아동학을 전공한 분이 둘이나 계셨고 글쓰기 선생을 하는 분도 오셨습니다. 작년부터 그림을 그리며 동화작가를 꿈꾸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수능 이후에 전혀 글을 안 써봤다는 분도 계셨죠. 어떤 분은 서점에서 제가 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제목만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희들은 놀아서 좋겠다, 하고요. 하지만 책을 읽어보나 저희가 마냥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웃음이 빵빵 터지는 강의였습니다. 제가 새벽에 일어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아무튼 혼자 놀고 싶어서 술을 3개월 끊었다고 했더니 웃었고, 사실은 이게 처음이 아니라 3년 전 회사 그만두었을 때는 6개월이나 끊은 적이 있다고 했더니 놀라면서 또 웃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몇 시에 자느냐고 묻길래 10시에도 자고 11시에도 자는데 저녁 먹고 졸린 김에 8시에 잠들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월요일 아침마다 조조영화를 보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더니 웃었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첫 책과 두 번째 책의 원고를 쓰고 제목을 정할 때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드릴 때도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제가 하는 쓸데없어서 더 재미있는 일 중 '토요식충단'이라는 모임 이름에 빵 터져 한참 숨을 못 쉬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현호 시인도 슬쩍 들어와서 수업을 듣길래 "동업자가 여긴 왜 와? "시인이 있으니 무척 신경이 쓰이네."라고 화를 냈더니 다들 깔깔 웃었고 이현호 시인도 무안해서 뒤통수를 긁었습니다.
몇 명이나 오시려나 살짝 걱정을 했는데 14명이 오셔서 아주 진지하게 강의를 들어주셨습니다. 수원에 이런 서점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서점 이름의 뜻이 '마그네틱'과 '그래비티' 즉 자석이나 중력처럼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어 지은 것이라고 들었다 했더니 이소영 대표가 이름만 그렇다며 하얗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서점이 수원의 문화 수준을 한껏 높여주고 시민들의 갈증도 풀어준다 믿기에 끌리듯 온다는 분들의 반론이 더 우세했습니다. 저는 오신 분들께 최근에 나온 아내의 책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의 2쇄 소식을 전하며 좋은 책이니 많이 읽어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하는 수업이 아니라 오신 분들의 얘기도 듣고 10분 글쓰기도 해보고 하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세 번 더 수업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강의 전에 구입한 이현호 시인의 에세이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에 저자 사인을 받았습니다. 이소영 대표는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출신 김원재 작가가 쓴 『김치 공장 블루스』를 권했습니다. 원래는 켄 리우의 신작 소설을 사려고 했으니 서점 주인의 추천작을 먼저 구입하기로 했죠. 서점에 오면 책을 사야 한다는 건 저와 아내의 원칙이고 작은 서점의 경우엔 특히 서점 주인의 추천작을 일 순위로 치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제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와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가져오신 분들께 사인을 해드렸더니 글씨가 예쁘다며 작가가 되면 글씨도 잘 써지느냐고 묻는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공처가의 캘리'를 자주 오래 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에서 수원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차가 없는 저는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오가야 하지만 어제도 힘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들어주고 웃음이 빵빵 터지는 강의는 두 시간 내내 열강을 해도 마냥 신이 나기 때문입니다. 어제 마그앤그래에 와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이소영 대표님도 고맙습니다. 다다음 주 화요일 아침에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