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서비스가 제시하지 않은 길

서울여대 강의를 마치며

by 편성준

서울여대를 올 때는 항상 버스를 탄 뒤 전철을 갈아타고 화랑대역에서 내려 또 버스를 갈아탔다. 오늘은 좀 일찍 나와서 시간이 남길래 전철역에서 학교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화랑대역4번출구로 나와 걷다 보니 기찻길이 나왔다. ‘경춘선숲길’이었다. 나는 평소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도 여태 이 길을 몰랐다. 아침에 늘 시간에 쫓긴다 생각하고 지도서비스가 시키는 대로 ‘가장 가까운 경로’만 선택해서 다녔던 것이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서울여대 카피라이팅 강의의 한 학기가 끝났다. 오늘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면 이제 공식적으로 이 학교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좀 황당했을 것이다. 전직 카피라이터이자 작가라는 사람이 오더니 미리 제출한 교과 진도표는 무시하고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고 숙제도 상징이나 메타포, 통찰력, 수평적 사고 등에 대한 것만 내주었으니까. 교수 중간 평가에서도 카피라이팅 실습을 좀 더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처음부터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고 카피라이터가 되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광고 지식보다는 ‘광고적 마인드’를 장착하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인터넷 지도 서비스가 제공하는 지름길 대신 자신이 그린 지도를 갖게 될 것 아닌가.


오늘 기말고사로 작성하고 발표하는 각자의 ‘자기소개서’가 이 친구들의 인생 지도를 여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나는 오늘 또 말할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한 번 쓰고 마는 게 아닙니다. 평생을 두고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입니다. 남들 앞에서 자기를 인상적이고도 긍정적으로 소개해야 할 일은 아마도 살면서 계속 반복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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