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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7. 2023

귀엽고 따뜻했던 두 시간

연극 《금성 여인숙》 리뷰

연극의 묘미 중 하나는 디양한 인간 군상을 한 공간에 집어넣고 한꺼번에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성 여인숙》도 그런 작품이다. 강부민이 50년째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 산골 여인숙에 자식에게 화가 난 전 음식점 사장 유순희가 도망치듯 들어온다. 여기에 일용직 노동자 두홍, 송이를 캐는 수현, 드랙퀸 프란체스카 등이 섞이고 두홍의 중학교 동창이자 마을 유지 용남과 부민의 수양딸 같은 존재 지숙까지 코로나 19를 계기로 한 공간에 갇히게 된다. 연극은 소란스럽고 따뜻하다. 50년 여관의 흥망성쇠가 코시국과 엮이고 인제라는 고장은 남북분단을 얘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수련과 프란체스카를 통해 무성애자와 동성애 등 성정체성에 대한 이해의 폭도 부드럽게 넓힌다. 이 모든 것은 까칠한 순희와 두홍을 감싸는 부민의 선량한 마음씨 때문이 아닌가 한다. 동네 단골 밥집 겸 술집 '덴뿌라'에서 인사를 나눈 우미화 배우가 강부민 역을 맡아 열연한다(아내가 먼저 쓴 리뷰를 읽어보니 인제 골목길 축제에 낭독 공연으로 선보인 작품을 발전시킨 공연이란다). 아내와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우리도 연극배우들과의 인연을 부드럽게 넓히는 중이다. 연극이 끝나고 마음이 흐뭇해져 집으로 오고 있는데 대학로 재능교육 골목에서 연극배우 박호산과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반가워 낄낄댔다. 호산은 배우이기 이전에 같은 동네 선후배로 만난 사이라 더 친밀한 느낌이다. 무대 위에서든 길 위에서든 계속 배우들을 만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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