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준 작가의 책을 편성준이 직접 논하다
2020년 10월 이후 세 권의 책을 냈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내 책들은 발간 당시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진가(?)가 확인되는 양질의 콘텐츠다.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증거가 되는 에피소드도 제시해 보겠다.
에세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바보 같이 살아도 큰일 안 난다'는 얘기를 쓴 이 책은 처음엔 부부가 퇴직 후에 노는 방법에 대해 쓴 건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의외로 시트콤 같은 재미가 있고 특히 챕터 4 '실수담이 많은 남자' 편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 분들이 많았다. 이렇게 건망증이 심하고 실수가 잦은 인간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으니 그에 비하면 나는 훨씬 낫네, 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열흘 만에 2쇄를 찍었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에세이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첫 책을 쓸 때 제주에 내려가서 매일 쓴 아내와 나의 교환일기를 모은 책인데 특히 인트로의 '나사를 푸는 시간'을 좋아한 독자들이 많았고 내가 책 속에서 거론했던 수십 권의 책들을 모두 찾아 읽었다는 고마운 리뷰가 속출했다. 재밌는 사연이 하나 더 있다. 책에 캐비초크를 음용하는 장면이 몇 번 등장하는데 유럽에서 우연히 이 책을 읽은 베누스타즈(캐비초크 메이커) 대표께서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500권이나 구입해 캐비초크 구독자들에게 사은품으로 나눠주었던 것이다. 뜻밖의 프로모션에 구독자들이 기뻐한 것은 물론 책을 읽은 구매자들이 '행복감이 몰려온다'라는 독후감을 올려줘서 저자인 나까지 감동시킨 흐뭇한 사건이다.
글쓰기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그냥 글도 좋지만 살짝 유머가 들어간 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유머 있는 글쓰기 요령 말고도 글쓰기의 기본부터 응용까지 내가 쓴 글들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재밌는 건 책을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 대표인 한기호 소장님이 항의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새로 발굴한 저자가 초고를 들고 올라와 출간 계약을 하고 내려갔는데 버스 안에서 읽으라고 이 책을 전해 주었더니 그날 저녁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써야겠다'는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내 책을 읽으니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면서. 그만큼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 책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내고 글쓰기 강연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강연 전에 이 책을 다시 읽고 가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2쇄를 찍어 오탈자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네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벌써 나왔어야 하는데 그동안 강연과 책쓰기 워크숍 등에 신경 쓰느라 분주해 쓰지 못하고 몇 달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이번 겨울에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서 마저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