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방법
정치인이 정치 얘기만 하고 작가가 책 얘기만 하는 것만큼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그런 태도를 가지면 시야가 좁아져 당장의 목적과 결과만 쫓게 된다. 과정의 소중함이 있을 리 없고 사람이 들어설 자리도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한때 "사람 관찰을 싫어하는 인간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라고 업계를 혹독하게 비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만화를 만들기 위해 만화만 보고 공연을 만들기 위해 공연만 관람하고 참조하면 거기에 동시대 사람들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다. 오래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것보다 사람을 먼저 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가. 요즘 글쓰기 강연을 자주 한다고 너무 글쓰기 얘기만 하고 다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이럴수록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런 마음에서 안 읽던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려고 노력한다. 위에 인용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 이야기도 어제 집으로 배달된 《한겨레21》애서 사회학자 엄기호 교수가 쓴 ‘등장인물을 얕잡아 보지 마세요’라는 글에서 알게 되었다. 심드렁하게 뒤적이다가 어느덧 볼펜으로 밑줄을 치며 읽었고 노트에 짧게 메모도 해놨지만 결국엔 잊기 싫어서 이렇게 메모 형태의 글로 남겨두는 것이다. 나중에 더 긴 글이나 칼럼을 쓸 때 참조하기 위해서 쓰는 나만의 방법이다.
스티븐슨이 소설로 썼던 ‘보물섬’은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놀랍게도 보물은 어디에든 있다. 다만 어떤 것이든 천천히, 그리고 유심히 바라보고 거기에 자기 생각을 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평범하던 돌이 보석이 되고 벽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나무상자가 보물상자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보물섬은 당신 눈앞에 있다. 눈이 침침하고 마음이 어두워 아직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