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또는 방향성
권여선의 단편소설 중 휴지 때문에 이혼하고 딸 둘을 키우며 사는 여성 이야기가 나온다. 운동권이었던 두 사람은 정치적 견해 차이나 대의명분 때문에 헤어진 계 아니라 “당신이 두루마리 휴지를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는 말싸움으로 시작해 결국 인생의 좌표가 바뀐 것이다. 그걸 읽으며 무릎을 쳤다. 역시 권여선이다. 그래. 작은 일이 하나하나 쌓여 나를 만드는 것이구나. 올해는 작은 일을 작게 여기지 말자. 나의 습관을 들여다 보고 다른 이의 마음도 무심히 넘기지 말자. 당장 큰일을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일들을 꾸준히 하자. 새 책을 쓰는 일은 큰일이지만 나의 작은 하루하루가 모여 원고가 될 테니. 아 참, 나 1월 한 달은 술을 끊기로 했지. 아, 이건 작은 결심이 아닌데. 큰일이이구나.
아, 권여선의 두루마리 휴지 얘기가 나오는 소설은 「무구」다. 무슨 소설집에 있냐 하면 『각각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