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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06. 2024

기계적인 중립은 가짜이고 기만이다

유시민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이 총선 이후 칩거해서 썼다는 책이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탑이다. 정치분야 뿐 아니라 아니라 종합 1위라니, 사람들은 도대체 왜 지금 너도 나도 이 책을 사서 읽는 걸까, 이런 책이 팔리는 시대는 좋은 시절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오늘 서울로 올라오는 길 용산역 영풍문고에 들러 책을 샀다.

육법전서만 달달 외워서 아는 게 거의 없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시간이 주어지면 58분을 혼자 떠들어 ’58분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현직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평가야 나와 거의 동어반복일 테니 궁금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제3장 ’언론의 몰락‘부터 펴보았다. 조중동이야 수십 년간 뼈에 사무치게 보수 또는 극우라서 그렇다 친다면 한겨레는 왜 이렇게 몰락한 것일까. 유시민의 설명은 이렇다.

한겨레는 민주당 기관지라는 말이 듣기 싫어 최대한 중립과 균형을 지키려 했다. 조국사태 때도 그랬다. 검찰이든 조국이든 잘못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선거 기간에도 윤석열과 이재명 사이에서도 중립과 균형을 최대한 유지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원한 것은 혼자 균형을 지키는 신문이 아니라 세상의 균형을 실현하는 신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편파적‘ 언론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한겨레는 그게 싫어 몰락했다는 게 유시민의 생각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기계적인 중립은 가짜이고 기만인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편파적이지 않은 ’김현정의 뉴스쇼‘를 안 들은지 오래 됐다. 김현정은 정치 사건의 본질을 다룰 생각은 않고 스포츠 경기 관람하듯 정치를 즐긴다. 그 중계방송을 듣다 보면 비릿한 웃음마저 흘리는 게 느껴져 기분이 나빠진다. 그에 비하면 김어준은 편파적 방송의 대명사다. 어느 게 더 나은가.

유시민은 김어준이야말로 새로운 저널리즘의 대표 인물로 꼽는다.  그의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은 실시간 접속자 수를 기준으로 유튜브 라이브 뉴스 프로그램 세계 1위다. 하지만 다른 언론들은 그를 언론으로 치지 않고 ’일개 유튜버‘라고 폄하한다.


이외에도 이재명을 비판하고 민주당 내부를 공격해서 몇 년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조금박해‘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언론 인터뷰를 읽어 보아도 그들이 그 길을 택한 이유를 알기 어려웠는데 어떤 청년정치인의 말을 듣고 이해했단다. 그들은 언론이 많이 보도하면 ’마이크 파워‘가 커진다고 믿는다는 것이다.이는 한때 진보진영에 있다가 조국흑서를 썼던 회계사 변호사 비평가 교수도 만찬가지다.


이 책을 다 읽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나는 다만 한겨레 문제를 다룬 유시민의 시각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인상비평이라고 하지만 가장 사악한 권력자는 전두환이었고 가장 어리석은 권력자는 박근혜였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얼마 전 한 독실한 기독교인을 만나 ”만약 신이 있다면 전두환 정도는 자연사 하지 않게 했어야지“라고 볼멘 소리를 했던 나다.


이 책이 길이 남는 고전이 되거나 교과서에 실릴 필독서가 되는 확률은 0퍼센트에 가깝고 저자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정치에 어눌하고 현실감각 떨어지는 인사에게 이런 책은 훌륭한 ’컨닝 페이퍼‘가 될 수 있다. 현안을 이해하는 데 많은 힌트를 주는 것이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을 마치고 이 글을 쓴다. 어쩌다 우리는 투표로 이런 세상을 만들었나,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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