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 《해녀 연심》 리뷰
아이고, 어제는 극단 58번국도가 무료로 보여주는 낭독극 《해녀 연심》을 보면서 진짜 '허벌나게' 울지 않았겠습니까. 이 연극은 이 극단의 첫 번째 창작극인데 제주 4.3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서 감동적이면서도 현실감이 넘칩니다.
극이 시작하기 전에 이 연극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인큐베이션 과정을 거쳤는지 자막으로 나오는데 김민정 작가는 거의 한 달 만에 극본을 썼더군요. 중간에 일본 오사카 등으로 워크숍을 다녀오고 계속 스터디를 하면서 썼으니 그 고생이 얼마나 대단했을까요.
낭독극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장난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격인 수자 역을 맡은 권지숙 배우는 괴팍하게 투덜거리는 할머니 역을 맡아 얼마나 열연을 하던지 그녀의 고성방가 연기에 눈물 콧물 다 뺐어요. 동생 기자 역을 맡은 김소진 배우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요. 이혜미 배우, 최유리 배우, 성노진 배우, 김해서 배우, 박지원 배우까지 제주 방언과 서울말, 일어가 뒤섞인 대사들을 능숙하게 소화하면서 너무 성의 있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 낭독극을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변덕을 부리느라 손수건이 다 젖었습니다. 나중에 무대 밖에서 만난 성노진 배우가 "괜히 놀러 왔다가 코가 꿰었다"라고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또 한참을 웃었죠.
제주 4.3 비극 때문에 일본으로 가야 했던 해녀 연심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극단의 바람대로 정식 무대에 설 수 있기를 저희도 간절히 바랍니다. 조금 더 살을 붙여 한 시간 반 정도 공연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권지숙 배우, 김소진 배우 두 분 그렇게 연기 잘하는 거 아닙니다. 아내와 저는 눈이 퉁퉁 부은 채 술 마셨잖아요.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어떻게 술을 안 마셔요. 2024년 9월 21일 22일 딱 이틀만 공연했어요. 대학로 아트포레스트 2관에서요. 아무래도 이거 정식 공연 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