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에세이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제저녁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18기 모임에서 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 방법과 그 예에 대해 말씀드렸다. 내가 찾은 예시는 초단편 소설을 주로 쓰는 김동식 작가의 글이었다. 김 작가가 최근 펴낸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이라는 에세이에 이런 글이 나온다. 나는 오프라인과 줌으로 참석한 분들에게 이 부분을 천천히 읽어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인터뷰 영상 중에 김연아 선수의 것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느냐는 질문에 김연아 선수가 답한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정말 완벽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출근길에 작은 눈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보면 그냥 일으켜 세우고 지나간다. 아무 이유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세우는 거다. 기찻길 선로 위로 추락한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든 영웅들을 인터뷰하면 하나같이 똑같은 말이 나온다. 그냥 몸이 움직였다고. 난 인간의 위대한 점이 바로 이런 '그냥'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안 할 이유를 찾고 할 시간에 그냥 해버리는 것 말이다.
'안 할 이유가 없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 중 일부다. 김동식 작가는 작가가 된 이후 인터뷰든 사인이든 인스타 맞팔이든 '안 할 이유가 없으면 그냥 한다'라며 위와 같은 글을 썼다(대신 안 할 이유가 분명한 건 바로 거절한다). 나는 이런 김동식 작가의 명쾌한 인생관도 좋지만 이런 주제의 글을 쓰기 위해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와 거리의 의인들을 예로 가져온 게 정말 좋았다. 예를 잘 드는 사람이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또 한 번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잘 쓴 글은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