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책방 GFC점 강연 후기
최인아책방 GFC점에서 나의 신작 『읽는 기쁨』 북토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쉬는 시간에 정지현 매니저가 할 말이 있다고 귀띔을 했다. 아까 약속이 있다며 먼저 나간 최인아 대표가 내게 글쓰기 강연을 의뢰해 보라 했다는 것이었다. 정여울, 김민섭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하던 글쓰기 수업인데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하겠다고, 고맙다고 대답을 하고는 집에 가서 강의 기획서를 썼다.
강연 제목은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신을 위한 쉽고 재밌는 글쓰기'로 정했다. 6회분을 합치면 강연료도 꽤 부담되기에 모집이 잘 될까 걱정을 했지만 역시 최인아책방이라는 브랜드는 힘이 셌다. 15명 모집 인원이 금방 다 찼고 추가 모집을 해도 더 올 기세라고 했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자고 했다. 더 많은 인원이 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쓴 글들 피드백을 해주기 힘들 것 같아서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글을 써보라고 하면 다들 어려워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고 쓸 계기도 좀처럼 생기지 않아서 결국 못 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글쓰기라는 게 과연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이 정한 첫날 강의 제목은 '글쓰기도 배우면 진짜로 느나요?'였다. 글은 배웠지만 글쓰기는 배운 적이 없다는 당신에게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가져야 쉽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알려 드리겠다는 보충 설명을 달았다.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하는 남성이 오셨고 유치원교사로 일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여성도 오셨다. 광고대행사 직원, 고등학교 음악교사, 금융권에서 올 일하다 건강 때문에 퇴직한 분도 있었고 딸이 중3인데 극심한 사춘기라 힘들어하다가 엄마가 글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오신 분도 있었다. 돈암동에 사는 분은 아리랑도서관 특강 때 본 나를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최인아책방 근처에 살지만 그 시간에 늘 아이를 돌보느라 줌으로만 참여하는 분이 있었고 이런저런 책 모임을 하는 분도 몇 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열 일 제쳐두고 최인아책방에 와서 함께 앉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에세이와 픽션 등 글의 종류부터 소개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기 위해 내가 쓴 글부터 유명 작가들의 글까지 여러 가지로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에세에 쓰는 법에 대해 대략적으로 말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놀라는 눈치였고(붓 가는 대로 쓰는 거라고 학교 다닐 때 배웠는데!) 어떤 글이든 유머와 페이소스가 있는 글은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오래 기억된다는 나의 신념을 설파했다. 자기소개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평생 업그레이드 하는 거라며 다시 쓰게 했고 자신의 첫 책날개에 어떤 작가 소개를 쓰고 싶은지 '10분 글쓰기'에서 쓰게 했다. 10분 동안 쓴 글은 더 수정해서 다음 주 숙제로 내라고 했다. 글쓰기를 배우러 온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을 자신이 직접 소리 내 읽는 걸 처음 경험했다. 나머지 반은 강사인 내가 소리 내서 읽었다. 남이 쓴 글도 그런 식으로 들으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똑같은 주제인데도 다 다른 글을 쓰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몇몇 사람들은 사정이 생겨 중간에 그만두었지만 여덟 명은 끝까지 수업에 참석해 글을 쓰고 읽었으며 점차 '글 쓰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대견한 듯 바라보았다.
마지막 수업은 좀 일찍 끝내고 캔맥주라도 하나씩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자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모두들 좋다고 했다. 정지현 매니저가 맥주는 자기가 준비하겠노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어제인 2024년 9월 26일 저녁 7시 30분에 최인아책방 글쓰기 수업 마지막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영화 《해야 할 일》의 리뷰를 쓰고 올리느라 강연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책상을 '맥주 대형'으로 바꾸어 앉아 있었다. 나는 직장인 글쓰기와 UX라이팅에 대한 글쓰기 팁을 소개하고 챗GPT를 이용해 글 쓰는 요령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내가 최인아책방에 대한 신문 칼럼을 쓰기 전에 챗GPT에게 물어 실제로 도움받은 과정을 질의응답 당시 글자 그대로 다 소개했더니 다들 눈을 반짝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이 모두 끝나고 캔맥주와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사진을 찍는 성래 님은 연차 휴가 때 덴마크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퇴사를 결심한 게 인생의 변곡점이었다고 했고 내 첫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재밌게 읽었다는 경은 님은 요즘 여자축구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화 《아마데우스》 리뷰를 써 온 음악교사 미라 님은 내가 유명한 사람의 말이나 글을 적재적소에 잘 인용하는 게 인상 깊었다고 하면서 '그건 평소에 일부러 외우는 거냐'라고 물었다. 나는 일부러 외우는 건 아니지만 자주 얘기하는 것들은 문장이 정확한지 가끔 확인하는 편이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유치원교사로 일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진영 씨는 이전보다 글쓰기가 덜 두려워졌다며 여기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마지막날까지 정겹고 흐뭇한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책상을 치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헤어졌다. 나는 전철을 타러 가다가 보령에 혼자 내려간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내가 모처럼 일찍 잠들었는데 내 전화 때문에 깼다며 짜증을 냈다. 집으로 가서 '열린옷장'에서 글쓰기 특강 했던 얘기를 쓰며 캔맥주 한 캔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