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오래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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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꽤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친구가 있다. 전공도 다르고 삶의 방식이나 레벨도 달라졌기 때문에 직장인이 된 뒤로는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 친구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는 아내와 사이가 썩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집에서도 거의 대화가 없는 것 같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어떻게 둘이 결혼을 한 건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나는 대뜸 "야, 그럼 이혼해 버려. 그렇게 사이가 냉랭한데 왜 같이 사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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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심하게 단정적으로 몰아부친 건 아닌가 후회하고 있는데 정작 내 얘기를 들은 그는 얼굴이 환해졌다. 이렇게 시원하게 이혼하라 말해준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신이 난 나는 이어서 말했다. 옛날엔 당장 이혼해도 당연한 사람들이 그냥 꾹 참고 사는 경우가 너무 흔했지만(특히 여성들이) 지금은 시대가 달라지지 않았느냐, 내 아내도 재혼인데 지금 나랑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이혼했다고 꼭 다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앞으로는 가벼운 연애만 하고 살아라, 너는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으니 금전적 어려움도 없지 않으냐...... 오랜만에 만나 흉금을 털어놓고 서로의 경험과 통찰을 주고받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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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자식은 아직도 이혼을 안 하고 있다. 뭐, 잘 살기를 바란다. 나도 가정파괴범 누명을 쓰고 싶진 않으니까. 이혼 안 해도 좋으니까 연락해라. 술이나 한 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