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닮은 초단편소설
1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대학 선후배들이 모이는 자리에 간 친구가 있었다. 1년 후배 여자애와 술을 마시다 그녀가 사실은 예전에 오빠를 좀 좋아했다는 고백을 했고 그는 전혀 몰랐다며 미안해했다. 영화 <네 번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의 대사 같은 장면이었다.
2
시간이 흘렀다.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된 그 친구가 다시 모임에 나갔다. 그 여자애가 술을 마시다가 예전에 자기가 오빠를 좋아한 적이 있다고 말한 건 사실 그때 오빠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마음이었는지는 정말 몰랐다며 또 사과를 했다. 여자는 괜찮다며 오빠는 바보 같다고 말했다.
3
시간이 쏜살 같이 흘렀다. 모임이 열린다는 메시지가 오길래 또 나갔다. 그 여자애는 이제 술은 안 마신다며 가방 안에서 청첩장을 꺼냈다. 그녀는 내 친구에게 결혼식날 축의금 대신 와서 축사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편지글 형식으로 써 와 낭독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친구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오늘의 신부 김선아 양은 예전에 저를 두 번, 아니 세 번 좋아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던 여자입니다’라는 내용을 축사에 집어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