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왁자지껄하게 희망을 구워내는 빵집 이야기

연극 <동백당> 리뷰

by 편성준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아닌 동백당이다. 엉뚱하게 무슨 정당 얘기냐 하겠지만 사실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실제로 존재했던 군산의 작은 빵집 '동백당'을 보고 쓰는 연극 리뷰다.


독립자금을 들고 사라진 큰사장은 찾을 길이 없고 빵집은 작은 사장 여왕림과 수석 제빵사 공주 두 사람의 손길에 의해 명맥을 유지한다. 두 사람은 한 남자와 살았지만 처첩 관계는 아니고 뭐 좀 엉성하게 전근대적이다. 하지만 "빵은 우리의 미래다!"를 외치는 공주의 모습은 현대적이기도 하다.


빵집 동백장엔 일본 유학을 다녀온 회의주의자 백수 아들 산이 있고 자전거 배달부와 풋사랑을 나누는 여고생 강, 그리고 제빵 보조사인 솔이 있다. 빚쟁이 최 사장은 틈만 나면 찾아와 빵집을 팔라고 난리를 치고 동네 사람들은 빵맛을 아직 잘 모른다. 혹시나 해서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 공짜로 나눠준 적이 있으나 모두 먹고 속이 안 좋다고 하는 바람에 포기하고 말았다. 빚으로 가게가 넘어가기 전에 무슨 수를 내야 한다.


작은사장 여왕림과 수석 제빵사 공주는 서로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서로 힘을 합쳐 동백당 빵집을 살리기로 합의한다. 여기에 각각의 사연들을 가진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든다.


진주 작가는 '열녀를 위한 장례식'과 '배소고지 이야기' 등에서 보았듯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와 행복에 관심이 많고 순진할 정도로 힘차게 그들의 미래에 동력을 불어넣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지나 지온프리도의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를 연출하기도 했던 김희영 연출도 마찬가지다. 주연 황세원과 박윤정의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보조 제빵사 솔 역을 맡은 박소연과 빚쟁이/조합원 두 사람 역을 맡아 번갈아 옷을 갈아 입고 뛰어다니던 서정식의 연기가 돋보였다. 연극 도중에 배우들이 객석까지 와 빵을 나눠줘서 받아왔는데 이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17명이나 되는 배우가 등장하는 왁자지껄한 무대다. 양쪽으로 나뉜 객석 사이로 배우들이 등장해 웃고 울고 떠들고 춤춘다. 인터미션 15분까지 합치면 긴 시간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따뜻하다. 2025년 2월 23일까지 아르코 대극장에서 상연한다.


진주 작 김희영 연출

황세원 박윤정 박소연 @soyeon_lemon 윤일식 양나영 홍윤희 김승환 서미영 서정식 이선휘 어성욱 조성현 김단경 강수경 박정호 곽진우 조마리

프로덕션 이다 작품 @production_ida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arkoselecti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쓰기를 하는 드랙퀸, 모지민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