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은 나의 힘
아침에 보령의 단골 '햇살머믄꼬마김밥'에 가서 김밥과 어묵을 일 인분씩 샀다. 매장에서는 먹을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한 집인데 좀 멀어서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리모컨으로 차 문을 잠그다가 주차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명함집을 발견했다. 어제 집에서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던 내 명함집이었다. 한쪽 면에 물기가 살짝 배어 있는 걸 보니 하루 이상 시멘트 바닥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된 걸까 생각해 보니 내가 그제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며 흘린 걸 몰랐고 그 자리에 다른 차가 계속 주차되어 있었던 것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명함집을 챙기다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카드·신분증 지갑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 1편을 보던 날 잃어버렸는데(2015년 여름이다) 2년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누가 발견해서 신분증과 함께 우체통에 넣어준 것이다. 덕분에 아내가 사 준 악어가죽 지갑(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악어 무늬)을 아직도 청바지 앞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인쇄된 명함 대신 요즘은 종이 위에 볼펜으로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직접 쓴 명함을 사용한다. 아내가 출판사 난다의 행사장에서 발견하고 샀다는 한지 조각에 장난처럼 이름을 써서 명함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100장이 다 떨어지자 아내가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 새 종이를 사줬다. 이건 한 장에 600원 짜리니 아껴 쓰라고 했지만 그래도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 명함을 준다. 사이즈와 재질이 달라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언젠가 이 명함도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왕이면 선의나 행운을 가지고 돌아오면 좋겠다는 엉뚱한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