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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달라지는 것들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

by 편성준





광고회사를 다닐 때도 글을 쓰긴 했지만 그때 제가 쓴 카피나 기획서 들은 글이라기보다는 메시지에 가까웠죠. 저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메시지가 아니라 그냥 좀 사소하고 개인적인, 심지어 쓸데없어 보이는 글을 쓰며 살고 싶었습니다. 오랜 카피라이터 생활을 접고 책을 내면서 그 소원이 이루어졌죠.

그 이후로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은 지 꽤 오래되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할 때마다 힘들고, 귀찮고, 어렵습니다. 막상 쓰면 어떡하든 써진다는 걸 알면서도 쓰기 전 책상 잎을 서성이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여전합니다. 또 내가 이걸 쓴다고 누가 알아줄까,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할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리뷰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쪽이라면 다른 한쪽에서는 에이, 뭐 그런 걸 써? 그냥 좋았으면 그만이지, 같은 생각이 방해를 놓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글을 쓰는 건 에너지를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시간도 따로 내야 하죠. 이래저래 안 쓰거나 못 쓸 이유는 많습니다(지금도 써야 할 리뷰가 밀려 있습니다. 그 책의 작가들과 무슨 약속을 해 놓은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 차인표 작가의 소설 리뷰를 쓰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역시 쓰기를 잘했다, 만약 안 썼으면 많은 사람들이 차인표 작가의 책의 가치를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고 새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눈 또한 갖지 못했을 것이 아닌가. 제가 쓴 리뷰를 읽은 출판사 사장님이 고맙다며 차 작가의 다른 책을 한 권 보내 주겠다고 하신 것도 글을 쓰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마음의 움직임이었을 테고요. 사장님이 예전에 제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재미있고 따스하게 읽었다고 하셔서 저 혼자 기뻐했던 건 덤입니다. 역시 새벽에 일어나 쓰기로 결심하고 쓰기 시작한 게 옳은 일이었죠.


노동자와 부랑아들의 시인인 찰스 부코스키는 작가들의 슬럼프를 뜻하는 '라이터스 블록(Writer's block)'을 극복하는 방법을 얘기하며 "아주 안 쓰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쓰는 게 낫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의 말을 조금 비틀어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다, 언제나! 라고요.

쓰십시오. 쓰는 게 남는 겁니다. 뇌가 어떻게 움직여 글이 써지는 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동차 구조나 내연기관 작동법을 몰라도 운전만 하면 자동차가 굴러가듯이 당신은 그저 펜을 들거나 자판을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안 쓰고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바람만 불어도 날아갑니다. 하지만 괴발새발 휘갈긴 볼펜자국이라도 그건 언젠가 살아나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것입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글을 쓰면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심지어 쓰면서 더 호기심이 생겨 유식해지기까지 합니다. 집중력도 생깁니다. 이 모든 게 당신이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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