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교도소 인문학 강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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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주교도소에 가서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지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오전 오후 두 번의 글쓰기 강연을 수형자들 앞에서 했습니다. 하루 종일 감방 안에서 지내는 분들에게 글쓰기 강연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제가 광고회사 다닐 때 ‘잘 못 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는 고백부터 시작했죠. 제가 자신을 낮추니 그분들도 마음을 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본 것, 읽은 것, 경험한 것 등 일상에서 건진 소재들로 어떻게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는지도 말씀드렸습니다. 교도소 수감자들이라 처음엔 약간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세상에 그렇게 차분하고 지적인 분들이 다시없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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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중에 가신 강사 한 분이 이번 교도소 인문학 강좌 중 어느 강의가 제일 기억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편성준 작가의 글쓰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라는 대답을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강사 단톡방에서 그 이야기를 읽은 저는 심장이 멎을 것처럼 놀랍고 기뻤습니다. 이 평가야말로 가장 솔직하고 직관적인 칭찬이니까요.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쉬운 말로 전달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번에 글쓰기 강의 전문가로 확실히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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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인문 공동체 ‘책고집’이 운영하는 인문학공동체의 명칭입니다. 노숙인과 재소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인문학 수업을 하는데 현재 전국 53개 기관에서 522개 강좌가 진행 중입니다. 책고집이 운영하는 전국 단위 인문학 강의는 올해로 3년 차인데 인문학이나 글쓰기뿐 아니라 연극, 미술, 시, 과학 등도 강의 주제로 삼습니다. 제가 이곳의 강사가 될 수 있었던 건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최준영 대표가 연락해 주신 덕분입니다. 작년에 최준영 대표가 문체부장관을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지원금을 따냈기 때문에 이 모든 강의가 가능했습니다. 저는 이번 주 금요일엔 전주교도소로 갑니다. 또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10분 글쓰기 시간엔 어떤 글들을 쓰실지 벌써부터 설렙니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을 펼치는 디딤돌 인문학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세상엔 생각보다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