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함께 해 준 사람들

2025년, 그리고 2026년

by 편성준


2025년 12월 31일에 당신은 누구와 함께 있었나요? 그저 한 해가 끝나는 날짜일 뿐이라지만 그래도 나름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아닌가요. 얼굴 본 지도 오래되었으니 올해 마지막을 함께 하자며 오마이뉴스의 이한기 국장이 보령으로 내려오겠다고 하길래 저희가 성북동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저희는 1월 1일 아침에 프란치스코의 이웃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약속에 되어 있었으니까요.


백두산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전날 돌아온 김진석 사진작가도 함께 만나기로 했습니다. 천지 바로 밑에서 눈보라가 쏟아지는 바람에 입산 금지 당하고 이도백하에서 머물다 왔다는군요. 고마운 사람들이죠. 그래서 그 고마운 마음을 쪽지에 써 전달하고 싶어 제가 요즘 명함종이로 쓰는 한지 위에 글을 썼습니다. 한 해가 끝나는 날 우리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평범한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람 걸 끝내고 아내에게 줄 쪽지를 쓰다가 이왕 줄 거 코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먼저 서울에 가 있고 저만 보령에 있었으므로 혼자 문방구로 달려가 코팅을 했습니다. 카드를 넣을 봉투도 한 통씩 샀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온 저는 저녁 여섯 시에 맞춰 한성대입구역 근처 약속장소인 아귀찜집(예전 무교동)으로 갔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전한 우리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며 이한기 국장과 제가 가져온 선물을 주고받으며 내년에 우리가 함께 할 일 얘기도 했습니다. 이쉽게도 저의 카드 선물은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이었습니다(윤혜자 : 고마워. 책갈피로 쓸게). 유튜브 이야기, 책 쓰기 워크숍 이야기 등을 했고 앞으로있을 인터뷰와 여행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주를 많이 마셨지만 성에 차지 않아 2차로 잔칫날에 가서 또 소주를 마셨습니다. 6시부터 11시까지 마셨으니 다들 과음했지만 기분 좋게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인 1월 1일 아침에 일어나 봉사활동 장소로 갔습니다. 술이 안 깨 택시를 부르고 싶었지만 한 대도 잡히지 않아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새해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봉사자들이 웃으며 반찬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브로콜리를 세척하는 과정에 투입되었는데 아무래도 설거지가 급한 것 같아 저는 설거지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전도 부치고 떡볶이도 만들고 해서 설거지거리가 정말 많더군요. 아내 윤혜자는 술이 안 깨 고생을 하면서도 열심이었습니다. 이 봉사 다닌 지도 벌써 5년 차가 되었군요. 보령으로 이사를 간 뒤로는 참여 횟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모인 사람들이 너무 선량하고 웃기고 평화로워서 같이 있으면 저까지 좋은 사람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자원 봉사자들이기에 갈등 요소가 전혀 없고, 힘들지만 뿌듯하고, 노동 후엔 배달 가기 전 우리가 만든 음식으로 맛있게 먹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대장님의 아들과 손녀까지 와 열심히 일을 해 더욱 보기 좋았습니다.


아까 메모만 해놓고 잠깐 낮잠을 잔 뒤 보령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2025년 마지막을 함께 해 준 당신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2026년을 함께 열어 준 당신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도 재미있고 보람도 있고 건강한 나날들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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