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꿈 이야기

고문당하는 꿈을 꾼 아내

by 편성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루에서 책 읽고 인스타그램 피드를 들여다보고 하며 혼자 놀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아내가 "꿈을 꿨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내는 어떤 범죄에 연루된 상태였는데(좋은 범죄였단다. 독립운동이나 레지스탕스 같은 거였나 보다) 일당들과 함께 악당들에게 납치를 당해 어느 낡은 건물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고 했다. 장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우리나라이고 서울 근교 어디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고문 방법이 독특했다. '청각 강간'이라고 몸은 건들지 않으면서 청각 만으로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신종 고문이었다.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여성이라서 그런 방법을 쓴 것 같다고 했다. 아내가 말해주는 고문 내용은 내 상상력으로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문당한 꿈을 꾸다가 깬 사람 치고는 지나치게 밝은 표정으로 계속 꿈 얘기를 하는 아내를 보며 생각했다. 아내의 꿈을 이루어주진 못해도 아내의 꿈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편 정도 되어 보자. 참고로 아내의 꿈은 친한 친구들의 경조사 때 액수를 신경 쓰지 않고 돈을 내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꿈으로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때 식재료비나 술값 걱정 없이 내키는 대로 준비해서 친구들이 고주망태 상태가 되도록 먹여 귀가시키는 것이다. 얘기를 하다 보니 아내는 대체로 돈과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사이에 나도 끼어 있다고 멋대로 생각해 본다. 오늘 아침에 그녀의 꿈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었으니 나에게도 약간의 호감은 가지고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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