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인심

인정식당에서

by 편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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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밥 생각이 별로 없어(어젯밤 아내와 함께 성북동 본점에서 생선구이와 밥, 한라산 16도 네 병 폭풍 흡입함) 서울에서 맥모닝 하나 달랑 먹고 보령으로 혼자 내려왔더니 몹시 배가 고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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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역에서 차를 찾아 은성 식당으로 갔더니 일인 분은 안 된다고 함. 죄송하다고 하시길래 괜찮다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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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식당으로 갔는데 1시 35 분이었음(여기는 새벽 네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만 영업함). 마침 단골손님이 한 분 계셔서 내 밥도 차려 주시겠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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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쟁반에 얹어 가져오신 밥과 아욱국, 반찬들을 보니 너무 좋아서 입이 딱 벌어짐. 이것만 해도 진수성찬인데 사장님이 어이쿠, 계란이 빠졌네 하시며 얼른 계란말이를 가져다주심. 계란말이가 3개 나왔는데 허겁지겁 하나 먹고 나머지 두 개만 스마트폰으로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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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앉아 있던 단골손님은 스무 살 때부터 여기 단골인데 이제 육십이여, 하심. 다른 때도 어려웠는데 요즘이 특히 힘들다고 신세 한탄하느라 앉아 있었다 함. 뭐 하는 분이냐고 물으니 마사지 영업하는데 이 좁은 골목까지 누가 오겠냐며, 와도 제대로 된 놈이 오겠냐며 혀를 차심. 술 취한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무척 고생한다고 자신의 일처럼 걱정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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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리니 테이블로 가서 내 모자와 목도리, 스마트폰을 챙겨주심. 음식에 배 부르고 인심에 배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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