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나고 덴 마음에 바르는 화상연고 같은 책

림태주 시인의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

by 편성준

출판사 《행성B》에서 림태주 시인의 에세이 『관계의 물리학』을 다시 낸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리뷰 글을 '표 4'에 실어도 되겠냐는 편집장님의 전화였죠. 당연히 괜찮다고 했습니다. 아니, 고맙다고 했죠. 이 책은 제 영혼이 몹시도 춥던 날 대합실에서 꺼져가는 난롯불 쬐는 기분으로 읽었던 책이거든요.


제목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를 말하는 책이지만 오늘 다시 펼쳐보니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사막에서는 물을 가지고 있는데도 탈수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겁니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데도 갈증을 느끼지 못해서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라지요. 마치 삶에서 행복이 빠져나가고 사랑이 말라가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덜 중요한 것들에 정신을 쏟느라 시듦을 방치하는 것처럼 말이죠.


"상처 나고 덴 마음에 바르는 화상연고 같은 책. ★ mangmangdy(편성준 작가)"


보령 소행성에 도착한 책을 받아보니 뒷면 맨 위에 제가 쓴 리뷰가 있더군요. 사실 저는 이 출판사에서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라는 책을 낸 적도 있거든요. 림태주 시인의 권유 덕분에 아내와 제가 한 달간 썼던 제주와 서울에서의 교환 일기를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거죠.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저희 두 사람의 문체와 인생관을 만날 수 있었다고 리뷰 올려주시던 기억이 새롭네요. 저는 좀 수다스럽게 미주알고주알 쓰는 반면 아내는 거두절미하고 분명하게 쓰는 편이거든요. 암튼 새로 나온 림태주 시인의 『관계의 물리학』은 지금 읽어도 너무 좋은 책이니, 다들 찾아서 읽어보길 바랍니다. 당연히 강추죠, 이런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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