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물에 빠진 여인을 구한 용감한 시민은 나이 든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의 용기에 놀란 기자가 인터뷰를 하며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여인의 목숨을 구할 생각을 하셨냐고 물었더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할아버지는 이렇게 소리쳤다. "어떤 놈이 나 밀었어?"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딱 이런 처지다. 어느 날 우주에 '아스트라파지'라는 물질이 생겨 별들을 먹어 치우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대로 놔두면 기온이 떨어지고 식량이 모자라 결국 지구는 멸망한다. 'astra'는 라틴어로 별이고 'phage'는 포식자라는 뜻이니 아스트라파지는 별을 먹어 치우는 존재 맞다. 그런데 딱 한 군데 감염되지 않은 별이 있다. '타우세티'라는 이 별에 직접 가서 해결책을 찾아와야 하는데 하필 거기에 라이언 고슬링이 투입된 것이다. "왜 하필 나예요?"라고 묻는 그에게 중국에서 온 과학자가 말한다. "우리도 함께 갈 거예요. 물론 우린 결국 거기서 다 죽게 되겠죠. 하지만 지구를 구하잖아요." 어이가 없는 그가 그런 용기를 내는 유전자는 어떻게 생긴 거냐고 묻자 그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유전자 문제가 아니에요. 곁에서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돼요." 아이도 아내도 없고 심지어 반려동물도 키우지 않는 그레이스는 우주 한가운데 우주선에서도 홀로 눈을 뜨게 되지만 결국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칭찬해 주는 외계 생명체 록키를 만나 진짜 용기를 내게 된다.
어차피 안 될 거 마지막으로 한 번 해 보자, 라는 뜻을 지닌 제목 ‘프로젝트 헤일메리(Hail Mary)’는 지구를 구하는 과학 교사(박사학위 소지자이긴 하다) 이야기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비하면 그가 하는 액션은 매우 소박한 편이다. 나는 그가 우주선에 타기 전 우주국 직원과 함께 마트로 가서 공구와 테이프 등을 사 실험 박스를 만드는 장면이 참 좋았다. 꽤 긴 시간의 빌드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왜 라이언 고슬링이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우주적 영웅이 되기엔 다소 소박하고 너드스러운 농담을 일삼는, 그러나 뛰어난 과학적 지식에 언어학적 통찰까지 갖추고 외계 생명체와 소통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주선에서 만난 '록키'와의 에피소드와 지구에서 있었던 우주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그 리듬감이 참 좋다. 나는 특히 특공대가 떠나기 전 배에서 가라오케 기계로 해리 스타일스와 스콜피언스의 노래(Wind of Change가 나오다니!)를 부르며 마음을 달래는 장면이 좋았다. 산드라 휠러가 부른 'Sign of the Times'는 그녀가 직접 고른 노래였다고 한다. 우주에서 만난 생명체가 바위를 닮았다며 '록키'라고 부르고는 그가 사는 행성 이름을 '에이드리언'이라 짓는 부분에서는 슬며시 웃음도 나왔다. 실버스터 스탤론이 각본·주연을 맡았던 출세작 <록키>에서 그가 마지막에 반복해 외치던 단어가 여자친구 이름 에이드리언이었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고 세 번쯤 울었다. SF영화가 이렇게 따뜻하고 웃기고 슬퍼도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씨네21과의 감독 인터뷰를 찾아 읽어보니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은 사람들이 가끔 복합성에 혼란스러워하고 하는데 이 영화도 그랬다고 고백한다.
“관객들은 이건 코미디야, 액션이야, 드라마야, 라고 명확하게 분류하는 것을 마음 편히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한 새드 무비는 언제나 웃겼고, 내가 정말 사랑한 코미디는 언제나 날 울렸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얼마나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투성이인가."
정말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비극들엔 늘 웃기는 장면이 있었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은 언제나 끝에 가서 나를 울렸다. 아, 이래서 2시간 36분이 지루하지 않게 지나갔구나, 이러니 프랜차이즈 아닌 오리지널 SF인데도 전 세계에서 1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영화 강추한다. 좋은 말 할 때 극장에서 보시라. 나중에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화면으로 보면 화가 날 것이다. 그때 극장에서 안 보고 뭐 했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