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잔 바바서커스의 《맥베스 리포트 쇼》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지 400년이 지나 대한국에서 『맥베스』는 극단 바바서커스에 의해 《맥베스 리포트 쇼》라는 블랙코미디로 다시 태어났다. '열린 형식'을 표방한 이 연극은 시작 전부터 침팬지로 분한 배우들이 객석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이는 인간과 침팬지가 유전자 구조로는 0.2퍼센트의 차이밖에 없다는 걸 얘기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침팬지든 인간이든 권력 앞에서 폭력이나 속임수, 배신을 서슴지 않는 건 똑같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연극은 영장류가 타고난 권력에 대한 욕망과 허무함에 대한 보고서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온 맥베스 장군이 마녀들의 예언의 의해 야심을 품고 던컨왕을 살해한 후 왕위에 오르는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를 현대로 옮겨서 유쾌하게 풀어낸다. 던컨과 그의 아들 말콤은 목소리, 억양, 의상까지 아주 쪼다 같이 나오는데 이는 맥베스와 뱅코 진영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블랙코미디는 비틀고 비웃는 맛에 보는데 이 연극은 거기에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액션도 한몫한다. 침팬지와 인간 사이를 오가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괴성은 크고 활달하며 거침이 없다. 역사상 가장 떠들썩한 맥베스를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우리가 텍스트로 된 희곡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극장을 찾아 공연으로 보는 건 바로 이런 입체적 쾌감 때문이 아닐까?
던컨왕 살해 후 말콤은 잉글랜드로 도망치고 불안에 시달리던 맥베스는 뱅코를 죽임으로써 폭군으로 등극한다. 한편 토크쇼에 출연해 싸우던 말콤과 맥더프는 '스캇틀랜드' 왕의 맥더프 일가족 학살 속보에 한 팀이 된다. 연극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잠깐 멈추고 관객들에게 '내가 만약 권력자가 된다면'이라는 질문에 저마다의 의견을 말하게 함으로써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지운다. 뜻하지 않게 연극에 참여한 관객들은 신이 나고 배우들은 열린 무대 위아래로 스며 각각 빛난다. 누구나 다 아는 스토리와 메시지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또 새로워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6년 4월 19일까지 연희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며칠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