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토요일이라는 독서모임
[디디의 우산]을 읽으면서 뭔가 기시감 같은 게 들었는데 그것은 이 소설이 그의 전작 중편 <웃는 남자>를 '헐어서'(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다시 쓴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웃는 남자>에도 d와 dd가 나오고 셋방 주인 김귀자가 나오고 세운상가에서 오디오 수리를 하는 여소녀가 나온다. 다만 d가 동창회에서 dd를 만나 우산을 빌리고 그걸 베란다 창틀에 걸어놨다가 dd에게 돌려줬는데 우산이 걸려 있던 S자 모양의 고리를 매일 보다가 '그 사물이 없어지고도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없는 것이 너무 허전해서, 안 되겠다, 하고 웃으며 d는 dd를 다시 만나러 갔'던 이야기가 없을 뿐이다. d가 수집된 택배들을 상차하고 있을 때 등을 꾹 누른 뒤 '나 알지?' 하고는 여소녀의 일대기가 8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것도 똑같다. dd에게 책을 빌려줬던 동창 박조배도 나온다. [백의 그림자]에서도 그렇지만 세운상가는 황정은에게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것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인 것 같다.
오늘 오후 2시에 이 책을 가지고 '독하다 토요일'멤버들이 모인다. 역시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