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부부

혼인신고에 얽힌 추억입니다

by 편성준


6년 전 오늘, 아내와 저는 살던 동네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둘 다 좀 늦게 만난 처지라 처음엔 결혼도 안 하고 그냥 살 생각이었는데 저희 어머니가 둘을 부르시더니 그래도 결혼식은 하고 사는 게 어떠냐고 해서 날짜를 잡게 되었고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는 아무 때나 먼저 하자는 생각에 어느 날 충동적으로 구청에 간 것이었습니다.


날이 좀 추워서 저는 투박한 파카를 입었고 아내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낡은 밍크코트에 밍크모자까지 쓰고 갔는데 서류 작성을 도와주시던 여성 직원께서 '혼인신고를 하는 분들께 특별히 즉석사진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해서 기념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구청 직원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와 커플 사진까지 찍어주는 게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사진을 받아든 저는 직원분께 펜를 빌려서 '성준, 혜자 잘살아보세!'라는 유치찬한한 글을 쓴 뒤 저희집 냉장고 옆면에 자석으로 붙여놨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저희 둘이 법적으로 부부가 된지 6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사진은 아직도 냉장고 옆에 잘 붙어있고 저희도 물론 아직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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