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돈 주는 사람이 가장 좋은 사람!

도시형 한옥 집수리 29일째

by 편성준

오늘은 코웨이 관리사분이 오시는 날이다. 우리는 비데와 공기청정기, 인덕션까지 모두 하나의 브랜드로 통일해서 관리를 받는다. 아내는 이사를 가면 게스트룸의 침대 매트리스도 코웨이 렌털 서비스를 이용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내가 잠깐 산책을 하고 돌아왔더니 관리사 아주머니가 부르자 이미 얼굴을 익힌 순자가 쪼르르 달려 가더라면서 기가 막혀했다. 순자는 이상하게 처음 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웃기는 고양이다.

오랜만에 성북동돼지갈비에 가서 점심을 배부르게 먹었다. 여기는 쌍다리기사식당보다 음식값이 천 원 정도 싼데 상추쌈에 돼지갈비나 떡갈비를 싸 먹는 방식은 거의 똑같다. 우리가 상추를 좀 더 달라고 했더니 일하는 아주머니가 상추를 듬뿍 가져다주시면서 "우리는 계약을 맺은 농가에서 상추를 독점으로 공급받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아, 그리서 상추가 더 맛있구나, 하고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언제부터 두 집이 나란히 서서 경쟁 영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점심을 먹고 건너편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가서 나물과 스파게티 면을 좀 샀다. 내가 사자고 해서 오라면과 오동통면도 한 묶음씩 샀다. 요리용 화이트 와인까지 챙겨 넣은 아내는 얼마 사지도 않았는데 7만 원이 넘느다고 한숨이 내쉬었다. 이래저래 늘 돈 걱정이 떠날 틈이 없다.

현장으로 들어서니 굴착기 소리가 요란했다. 이필식 미장 장인이 대문 옆 화단을 조성하느라 바닥을 파내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낮은 블록 담을 살리고 그 안에 꽃밭과 화분 공간을 조성할 생각이다. 화단이 다 완성되고 나면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은 더 넓고 환해질 것이다. 하룻만에 마당에도 나무를 심고 화단을 조성할 공간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바닥 공사하면서 나온 구들을 잘라 만든 댓돌도 너무나 예쁘다. 구들을 들다 발등을 찍힌 김치열 목수님이 걱정돼서 좀 어떠냐고 물었는데 '6개월은 지나야 나을 것 같다'라는 엄살 섞인 대답이 돌아오자 아내가 너무 무뚝뚝하다며 화를 냈다. 김 목수님은 아까부터 비계 위에 올라가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게스트룸 쪽 서까래 수리를 하느라 고심 중이다.

아내는 임정희 목수님과 씽크대 크기와 인덕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뒷담 쪽으로 돌아가 뒷집과 맞닿아 있는 벽의 미장공사를 하고 계시는 미장공들께 인사를 드렸다.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틈에 서서 시멘트 작업을 하는 분들이 안쓰러웠다. 임 목수님은 미장하시는 분들이 날씬해서 그렇지 안 그러면 거기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라고 농담을 했다. 아내가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을 읽었는지 임 목수님이 '쌔비'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일주일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우리나라에선 잘 안 쓰는 영어 표현이긴 한데 '야무진'이나' '명쾌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설명을 했다. 임 목수님은 영어 배운지도 하도 오래돼서 이젠 아는 단어가 없다고 겸손을 떨면서 4개 국어 이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파우저 교수님 얘기를 꺼냈다. "그분은 좀 이상한 사람이고..."라고 말하며 우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파 교수님은 언어천재고 김치열 목수는 목수천재예요. 지금도 봐요. 기와 한 장 안 들어내고 혼자 저렇게 나무 박아 넣는 거."라고 말했다.

아내가 무슨 말 끝에 그동안 어떤 사람과 공사하는 게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임 목수님은 “돈 제때 잘 주는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에요”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공사할 때 까다로운 사람이야 워낙 많아 특별히 할 말이 없는데 도리어 지나치게 잘해주는 사람 중엔 나중에 돈 셈이 흐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 공사가 아무런 차질 없이 착착 잘 진행되는 이유도 이 공사의 마스터인 임 목수님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우리가 즉각 송금을 했고 임 목수님도 그 돈을 업자들에게 바로바로 송금했기 때문인 것이다. ""돈이 다리미라구. 주름살을 쫘악 펴줘." 라던 [기생충]의 명대사는 공사장에서도 통용되는 생활 명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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