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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04. 2020

술 마신 다음날

성북동소행성 시즌2

어젯밤 12시 45분 경 만섬포차에 이어 차려진 ‘이차’의 현장.

어젯밤 늦게 놀러 온 모 여배우와 함께 신나게 술을 마신 덕분에  지금까지 숙취에 시달리던 아내가 안방으로 놀러 온 여배우와 '내 피부의 비결은 안 씻는 것'이라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손님방 욕실 좁으니까 여기 와서 씻어."
"언니는 안 씻어?"
"나는 안 씻지. 이따 자기 직전에 씻을 거야."
"오늘은 아예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구나?"
"못 나가지."

“...”

“내 피부의 비결은 안 씻는 거야.”
"하하. 그럼 나도 이따 씻을래."
"그래, 이따 씻어."

여배우는 손님방으로 쉬러 갔고 아내는 안방에서 TV로 뉴스를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깨끗이 씻고 머리까지 감은 나는 순자와 함께 마루에 앉아 책을 읽을까 글을 쓸까 고민하고 있다. 글도 안 써지고 책도 눈에 안 들어온다. 그제 읽은 소설 독후감이나 써봐야겠다.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는 아내. 술 깨는 데는 산소가 필요하다는 여배우의 조언에 따라 문을 조금 열어놓았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순자는 절대 몸은 안 일으키고 눈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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