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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09. 2019

성북동小幸星

성북동 언덕 작은 집에서 사는 이야기

아파트에 살 때부터 단독주택에서 살고싶어 했던 아내는 성수동 아파트의 두 번째 전세 만기일이 다가오자 정말로 서울 시내의 조그만 단독주택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알량한 돈으로 번듯한 단독주택을 구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다가 아내가 기획했던 로버트 파우저 교수님의 책 <미래시민의 조건> 출판기념회 뒷풀이에서 만난 분들에게 성북동의 '딸기부동산'을 소개 받게 되었고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성북동 언덕의 작은 집과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1960년대 후반에 지어진 그 집은 다 낡아서 곧 쓰러질 듯 보였지만 오래 된 학교 체육관 옆 언덕에 위치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 없이 한적한 게 마음에 들었고 푸르른 숲에 둘러싸인 뒷마당쪽 입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학교 땅과 우리 땅에 겹치는 곳에 심어놓은 나무와 꽃들은 덤이었다. 우리는 무턱대고 가까운 친구들에게 현금을 빌려 덜컥 계약부터 해버리고 주인의 허락 하에 입주 전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공사에 앞서 나온 쓰레기 치우고 철거하는 데만 닷새가 걸렸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모두 사람이 져 날라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공사에 참여한 분들이 한옥을 전문으로 수리하던 일꾼들이라 그런지 모두 손끝이 매섭고 일이 능숙했다. 목수님은 기존에 있던 남쪽 현관을 서쪽으로 바꿔버렸다. 안방이 있던 곳을 주방으로 바꾸었고 커다란 창을 냈다. 거실에서 창밖을 보면 멀리 남산타워가 서있었고 가까이는 대학로의 재능교육과 광화문의 국세청 빌딩이었던 종로타워까지 보였다. 불법으로 잇대어 있던 작은 방들은 모두 거둬내고 수리 과정에서 나온 구들장을 모아 뒷마당에 깔았다. 뒷마당을 가리고 있던 담을 헐어버리고 낮은 계단을 담처럼 쓰기로 했다. 어차피 아랫집 부부 두 분 말고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담을 높게 올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단열에 신경을 써달라고 했더니 집안의 벽을 아주 두껍게 조정했다. 집을 거의 새로 짓는 느낌이었다. 두 달간의 공사를 마치고 8월 초에 입주를 했다. 정말 작은 집이지만 처음으로 층간소음이나 전세값, 주인집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되는 온전한 우리집이었다. 여보, 이제 우리 쾅쾅 뛰어도 되고 벽에 구멍 뚫어도 돼. 우리집이니까.


아내는 집의 이름을 하나 지어보라고 했고 나는 며칠 고민하다가 '성북동小幸星'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성북동에 있는 작지만 행복한 집이라는 뜻이었다. 처음 놀러온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곳에 이렇게 작은 집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높은 곳이라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아랫집까지는 가스관이 연결되었는데 우리집까지는 올라오지 못한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기름보일러와 인덕션을 써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았다. 기름보일러는 일 년에 한 번 기름차가 와서 가득 연료를 채워주고 갔고 인덕션은 세간의 평과는 달리 화력이 세서 못하는 요리가 없었다. 가스레인지 켤 때마다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마실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성북동 소행성에서 산지 만 3년이 되어가는데 어제 우리카드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 편, 성, 준 고객님 맞으십니까?
          통화되어 반갑습니다
성준 : 네.


우리 : 가스비를 우리카드로 결제하시면 ...
성준 : 가스를 안 쓰는데요
우리 : 네?
성준 : 집에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요


우리 : 그럼 난방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성준 : 기름보일러를 씁니다
우리 : 기, 기름보일러요...?
성준 : 네.


우리 : 그렇군요...감사합니다
성준  : 네에.


전화를 끊고 나니 괜히 우리카드에게 미안해졌다. 올해는 기름값을 우리카드로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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